[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나비와 광장’으로 잘 알려진 문곡(文谷) 김규동(1925~2011) 시인의 기록서이자, 작품 탐구의 여정이다.
아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김규동기념사업회가 김 시인의 서거 11주기를 맞아 김 시인의 대표시 25편과 평론가들의 문학비평 9편을 모았다.
새로 발굴된 시 ‘남한과의 대화’가 실렸고, 오형엽·유성호·김종훈·임동확 등 김규동 문학의 구조원리, 지적 모험, 현대성, 문학사적 의미를 다룬 신작 평론이 새롭고 충실하다.
| 시인 김규동(사진=김현 변호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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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시인의 5주기에 창비에서 비매품으로 발간한 추모문집 ‘죽여주옵소서’(2016)의 일부가 ‘책 속의 책’ 개념으로 함께 수록됐다. 김광규, 마종기, 문덕수, 이시영, 도종환, 이근배, 고은, 백낙청, 백기완, 김사인, 구중서 선생을 포함한 저명 문인 28인이 김 시인의 시에 부쳤던 추모산문이 담겨 있어 김 시인의 작품을 풍성하게 읽을 수 있어 뜻깊다.
모더니즘과 민족문학 양면에서 시 작품을 남긴 김 시인은 지난 2011년 별세했다. 함경북도 출신 시인으로, 1948년 스승 김기림 시인을 찾아 단신 월남해 교사, 언론인, 출판인으로 활동했다. 모더니즘 시론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분단의 아픔과 이를 극복하는 문학 세계를 펼쳤다.
정치에 있어서는 여운형 선생 같은 인격을 보유, 문학에 있어서 김기림·정지용 같은 모더니스트 시인이 보여준 예술성의 고수를 중시해 ‘문학의 사상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세계문학과 같이 가는 유일한 길임을 일찍이 선언한 20세기의 모더니스트였다는 게 문단계 평가다.
책 말미에 자리한 김 시인의 두 아들 김현, 김준씨의 ‘선친 회상’ 부분은 가슴을 울린다. 선친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담긴 곡진한 글들로 빼곡하다.
두 아들은 이렇게 적었다. “부친 별세 후에야 비로소 그의 문학을 고고학자처럼 들여다보고, 떠난 분의 심사와 고뇌를 와닿게 느끼며 후회하는 중이다. 이 책자를 내는 일도 그러한 회한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문학 공부한다고 혈혈단신으로 남쪽에 내려와, 반세기가 넘게 북녘의 모친과 형제를 그리워하면서도 세상 떠나기 전날의 저녁까지 책과 붓을 놓지 않았던 선친의 고독과 예술혼을 내내 되새기고 싶다”고.
| 김규동 시인의 서거 11주기를 기념해 고인의 대표시 25편과 평론가들의 문학비평을 엮은 ‘귀향: 김규동의 문학과 삶’ 표지(사진=한길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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