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경기를 봐가면서 금리를 올리자는 쪽도 금리를 덜 올리자고는 섣불리 얘기하지 못한다. 물가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잡히냐는 비판에 ‘그럼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것이냐’가 최대의 항변이다. 어느 쪽이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75~3%까지는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3%를 넘어야 할 것이냐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린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종료된 이후다. 금리 인상, 그 끄트머리에는 뭐가 있을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주가가 꺾이기 시작했고 부동산마저 흔들리고 있다. 자산가격 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올 들어 23%, 31% 가량 급락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로 투자하는 미국 증시 역시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0%, 29% 하락했다. 주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꺾이더니 올 들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도 꺾일 조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3월 106.2로 2년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더니 5월 106.1로 더 추락했다.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도 전국과 수도권 기준으로 6월 마지막주까지 8주 연속 하락하고 있고, 서울은 5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선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은 더 떨어지고 전세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깡통 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저금리에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은 주가가 떨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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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지표도 흔들리고 있다. 6월 수출은 5.4% 증가하는 데 그쳐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 수대 증가세를 보였다. 조업일수 감소로 인한 영향이라고 해도 2분기 수출은 13% 증가에 그쳐 4개 분기 연속 증가세 둔화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주력품목의 수출 신장세가 악화할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일 긴급 비상경제장관회의까지 열었다.
소비는 전월비 석 달째 감소세다. 거리두기 해제로 재화보다는 서비스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란 해석이다. 고금리·고물가에 6월 소비심리지수는 96.4에 그쳐 지난해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100을 하회했다. 소비심리지수는 1개 분기 후 소비지표에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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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은 곧 다가올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미국에선 금리 인상의 끝에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 심리를 꺾기 위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결국엔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 상반기쯤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했다. 마치 ‘침체’라는 결과를 예견해놓고, 그 길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물가냐, 경기냐 둘 중의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경기를 선택하더라도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금리 인상을 가속화해도 물가 상승세를 얼마나 꺾을지 의문이다. 어떤 방식이든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고 가계, 기업 등 어느 하나 그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엄혹한 경제 상황 속에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어느 정도인지 누군가는 얘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금통위원들이 입을 열고 국민의 고통이 수반되는 금리 인상에 대해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한 물가가 더 오르지 않기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 같은 피상적인 발언은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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