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전 불로 의식' 청동기 시대 동굴 무덤 발굴

  • 등록 2017-05-23 오전 10:48:55

    수정 2017-05-23 오전 10:48:55

정선 매둔동굴에서 발굴된 청동기 시대 무덤 내부(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강원도 정선의 매둔동굴 유적에서 청동기 시대 매장의례를 파악할 수 있는 동굴무덤이 확인됐다.

매둔동굴 유적을 발굴 중인 연세대 박물관(관장 한창균) 측은 동굴 입구 지점의 청동기 시대 문화층을 중심으로 발굴을 시행한 결과 불과 매장의 관계를 보여주는 독특한 유형의 무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같은 형태의 무덤은 그 동안 한국의 청동기 시대 유적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청동기 시대에 형성된 재층(최대 두께 약 18㎝)에서 적어도 네 사람분에 해당하는 사람 뼈와 다양한 종류의 유물이 출토됐다. 재층은 크게 윗부분의 백색 재층과 아랫부분의 회색 계열 재층으로 구분된다. 1호 사람 뼈와 2호 사람 뼈는 백색 재층 바로 위에 잇닿아 안치돼 있었으며 나머지 2구로 추정되는 뼈들은 재층 속에 흩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에 따르면 재층은 전체적으로 기원전 12~8세기(중심 연대는 기원전 10세기)에 속하는 연대를 지녔다. 연세대 박물관 측은 “이 연대는 백색 재층 위에 안치된 1호와 2호 사람 뼈가 청동기 시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지금까지 조사결과로 정황을 판단하면 주검을 안치하기에 앞서 불을 이용한 의식이 먼저 행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회색 계열 재층에서는 신석기 시대 빗살무늬 토기 조각 등과 청동기 시대의 돌화살촉이 함께 발견됐다. 조사단은 매둔동굴에 거주했던 청동기인들이 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과거 신석기 시대에 형성된 문화층의 상부 지점에 퇴적되어 있었던 빗살무늬토기 조각 등이 청동기 시대의 재층 안으로 뒤섞이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이행하는 동안 일어났던 다양한 문화적 현상들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세대 박물관 측은 “이번 발굴에서 확보된 사람 뼈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시행해 주검의 성별, 나이, 체질 특성과 무덤의 성격(가족무덤 또는 공동무덤) 등을 자세하게 밝히는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박물관은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의 허가를 받아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매둔동굴은 2016년 시굴조사가 이뤄졌고 이번 발굴은 지난 2월5일부터 1개월여 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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