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피카소' 김흥수 화백 타계

관능적 누드화의 거장…향년 95세
하모니즘 화풍 창시
  • 등록 2014-06-09 오후 3:29:51

    수정 2014-06-09 오후 7:51:17

‘하모니즘’ 화풍을 창시한 김흥수 화백이 9일 향년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한국의 피카소’라 불렸던 김흥수 화백이 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1970년대 추상과 구상의 조화를 꾀하는 조형주의(하모니즘) 화풍을 이끌며 국내 화단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여성의 누드와 기하학적 도형을 한 화폭에 담는 등 독창적인 작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누드는 고인의 주요한 작업소재 중 하나였다. 6명의 옷을 벗은 여인이 목욕하는 장면을 그린 ‘나부군상’이 대표작. 여인의 몸이 빚어내는 선을 화려한 색과 감각적인 붓 터치로 살려 관능적 누드화의 대가라고도 불렸다.

세계 화단에서의 관심도 특별했다. 1990년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미술관, 1993년 러시아 모스크바 푸슈킨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어 주목받았다. 창작활동이 국내 화단에 미친 영향을 인정받아 1999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고인의 창작열은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2002년 이후 척추에 이상이 생겨 세 차례나 수술을 받고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최근까지 붓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1919년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고인은 1944년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해방 후 1952년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과장 및 서울대 미대 강사를 역임했다. 이후 1955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아카데미 드 라 크랑크 샤브마에르에서 회화를 연구했다. 당시 한국 화가 최초로 프랑스 유명 미술단체인 살롱 도톤 회원이 되기도 했다.

고인은 43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제자인 장수현(1962∼2012) 씨와 1992년 부부의 연을 맺어 화제가 됐다. 김흥수미술관장이던 장씨는 2년 전 난소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해 11월 ‘예술의 영원한 동반자-장수현·김흥수 전’을 열어 부인의 유작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3남1녀가 있다. 영화 ‘풍산개’를 만든 전재홍 감독이 외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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