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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한국의 피카소’라 불렸던 김흥수 화백이 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1970년대 추상과 구상의 조화를 꾀하는 조형주의(하모니즘) 화풍을 이끌며 국내 화단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여성의 누드와 기하학적 도형을 한 화폭에 담는 등 독창적인 작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누드는 고인의 주요한 작업소재 중 하나였다. 6명의 옷을 벗은 여인이 목욕하는 장면을 그린 ‘나부군상’이 대표작. 여인의 몸이 빚어내는 선을 화려한 색과 감각적인 붓 터치로 살려 관능적 누드화의 대가라고도 불렸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고인의 창작열은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2002년 이후 척추에 이상이 생겨 세 차례나 수술을 받고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최근까지 붓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고인은 43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제자인 장수현(1962∼2012) 씨와 1992년 부부의 연을 맺어 화제가 됐다. 김흥수미술관장이던 장씨는 2년 전 난소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해 11월 ‘예술의 영원한 동반자-장수현·김흥수 전’을 열어 부인의 유작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3남1녀가 있다. 영화 ‘풍산개’를 만든 전재홍 감독이 외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