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브레이크 걸린 중소형주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거침없이 질주하던 중소형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저가 매력을 무기로 그간 승승장구했지만 단기에 가파르게 오른 만큼 이제 힘이 빠질 때가 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시적 조정일뿐 당분간 중소형주 장세가 계속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45포인트(1.55%) 내린 535.82로 마감했다. 이틀 연속 후퇴하면서 이달 초 주가 수준으로 회귀했다. 최근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잇달았던 모바일 게임주와 엔터주, 중국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내린데다 관리종목 지정 우려 종목들이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탓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코스닥지수는 눈에 띄는 고공 행진을 펼쳤다. 올 들어 14일까지 8.8% 상승하며 4.3% 하락한 코스피와 대조를 이뤘다. 같은 기간 코스피 내 소형주 지수도 11.2% 오르며 중소형주 전성시대를 알렸다.

중소형주의 이 같은 강세는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지난해 하반기 대형주 매수에 열을 올렸던 외국인은 올 들어 14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61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 3조6000억원 넘는 자금을 뺀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뛰어난 성장성에 비해 가격이 낮은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전략을 썼다.

이는 지난주에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은 지난주 내내 코스피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이며 1조3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았지만 코스닥에선 180억원어치의 주식만 순매도하며 중소형주에 상대적인 애정을 드러냈다. 이 기간 외국인이 129억원 넘게 사들인 아프리카TV(067160)는 단숨에 37% 급등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간의 대립, 중국 경제지표 둔화 등 예상치 못한 대외 악재의 잇따른 등장도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외면을 부추겼다. 대외 환경 변화에 민감한 수출 중심의 대형주보단 되레 싸고 꾸준히 성장하는 중소형주를 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러나 중소형주가 짧은 시간에 급하게 오른 만큼 과열현상이 심화됐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중소형주 쏠림이 강해지고 있는 점은 동시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중소형주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대형주를 10~23%포인트가량 웃돌며 중소형주가 득세했던 작년 상반기 고점에 다다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지만 그렇다고 중소형주 장세가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 악재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외국인을 필두로 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대형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작은데다 정부 정책 수혜 등에 힘입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다.

김연우 한양증권 스몰캡팀장은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들을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졌지만 이를 두고 중소형주 장세가 끝났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며 “향후 중소형주 전반의 비중조절 여부를 관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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