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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3월 바비 본사인 마텔(Mattel)이 상하이의 대표적 쇼핑가인 화이하이루에 6층짜리 화려한 분홍색 건물을 야심차게 문을 열 때까지 누구도 바비의 초라한 미래를 예견하지 못했다. 먼저 성공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나이키·카르푸 등의 뒤를 이으리라고 자부했던 것. 건물 개관 당시 마텔 측은 "바비인형을 최고의 친구로 여기는 여자 아이들과 바비의 패션·스타일 등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젊은 여성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최적의 위치"라는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매장에 쏟아부은 마텔 측의 노력도 엄청났다. 6층짜리 건물에는 바비인형은 물론 미용실과 레스토랑까지 자리했다. 인형 판매뿐 아니라 바비인형의 스타일까지 중국 여성들에게 판매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회사는 건물 착공에 앞서 무려 3년에 걸친 설계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마텔 측은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물론 이에 대해 마텔 측은 "이번 상하이 시장 철수는 전략 변화 때문"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부진 이유로 수출에 비해 다소 취약한 것으로 분류되는 중국 내수 시장의 탓을 하기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소매판매 등 중국 자체적인 성적이 지나치게 좋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바비가 베스트바이·홈디포처럼 중국 고객들의 입맛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등 현지화에 실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중국에서 굴욕을 경험한 브랜드는 바비만이 아니다. 이보다 먼저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홈디포와 베스트바이 역시 현지화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