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존심 바비, 중국에선 철수 `굴욕`

6층짜리 화려한 바비매장 2년만에 철수
홈디포·베스트바이 등과 함께 현지화 실패사례
  • 등록 2011-03-08 오후 4:29:42

    수정 2011-03-08 오후 4:29:42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미국의 대표적 문화 아이콘 중 하나로 꼽히는 바비인형 중국 상하이 매장이 문을 닫게 됐다. 성공을 자신하며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한지 꼭 2년 만이다. 
▲ 중국 상하이 바비 매장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홈디포·베스트바이 등 현지화에 실패해 중국을 떠나는 미국 소매업체 명단에 바비 역시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지난 2009년 3월 바비 본사인 마텔(Mattel)이 상하이의 대표적 쇼핑가인 화이하이루에 6층짜리 화려한 분홍색 건물을 야심차게 문을 열 때까지 누구도 바비의 초라한 미래를 예견하지 못했다.   먼저 성공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나이키·카르푸 등의 뒤를 이으리라고 자부했던 것. 건물 개관 당시 마텔 측은 "바비인형을 최고의 친구로 여기는 여자 아이들과 바비의 패션·스타일 등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젊은 여성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최적의 위치"라는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매장에 쏟아부은 마텔 측의 노력도 엄청났다. 6층짜리 건물에는 바비인형은 물론 미용실과 레스토랑까지 자리했다. 인형 판매뿐 아니라 바비인형의 스타일까지 중국 여성들에게 판매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회사는 건물 착공에 앞서 무려 3년에 걸친 설계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마텔 측은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물론 이에 대해 마텔 측은 "이번 상하이 시장 철수는 전략 변화 때문"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부진 이유로 수출에 비해 다소 취약한 것으로 분류되는 중국 내수 시장의 탓을 하기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소매판매 등 중국 자체적인 성적이 지나치게 좋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바비가 베스트바이·홈디포처럼 중국 고객들의 입맛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등 현지화에 실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슈안 레인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 이사는 "바비의 플래그십 매장은 위치 선정부터 잘못됐다"면서 "게다가 바비인형의 섹시한 스타일은 헬로키티처럼 귀여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중국 젊은 여성들의 취향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바비인형의 디자이너는 미국 인기드라마 `섹스앤더시티`로 명성을 얻은 페트리시아 필드다. 유명 디자이너이기는 하지만 헬로키티의 귀여운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중국에서 굴욕을 경험한 브랜드는 바비만이 아니다. 이보다 먼저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홈디포와 베스트바이 역시 현지화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베스트바이는 미국식 소매유통 방식을 고집,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달 중국 내 9개 점포의 문을 닫기로 했다. 지난 2006년 10개 매장을 인수하면서 중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한 홈디포 역시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난 2년간 절반인 5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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