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영진 총출동…삼성·SK, 왜 올트먼에 열광하나

AI 반도체 자체 생산망 구축 나서는 샘 올트먼
삼성, 설계에 생산까지 기회…TSMC 추격 탄력
AI 칩에 필요한 HBM…시장 1위 SK, 수혜 확대
  • 등록 2024-01-26 오후 5:12:47

    수정 2024-01-26 오후 5:12:47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인공지능(AI) 붐’을 일으킨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업계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세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트먼 CEO가 AI 반도체 자체 생산망 구축에 나서고 있어 설계부터 위탁생산, 메모리 반도체 공급까지 한국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관측이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삼성전자(005930) 입장에서는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사진=AFP)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가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와 잇따라 회동한 것은 향후 국내 반도체 기업의 성장에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올트먼 CEO는 자체 AI 반도체 생산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AI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려면 안정적인 반도체 수급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오픈AI가 준비 중인 챗GPT 업그레이드를 위해선 AI 반도체로 불리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 전 세계의 기술 트렌드가 AI로 모이면서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이다.

AI 반도체 자체 생산망 구축에는 관련 반도체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국 기업으로선 AI발(發) 메모리 회복에 속도를 붙이고 올해 성장을 앞당길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다. 메모리 업계에선 현재 업황 회복을 주도하는 AI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확대가 점쳐진다. HBM와 관련한 협력이 이뤄진다면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가 특히 수혜를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HBM3.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 역시 긍정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 중인 탓에 오픈AI에 납품할 물량이 부족할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HBM의 일부는 삼성전자가 수주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세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53%, 38%를 점유한 것으로 추산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이 90%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설계와 위탁생산에 관해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반도체 설계를, 파운드리사업부에서 반도체 위탁생산을 각각 담당한다. 올트먼 CEO가 이날 찾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이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라인까지 갖추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가 올트먼 CEO와 비메모리 협력에 나선다면 파운드리 1위 TSMC와의 격차 축소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트렌드포스 집계 결과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12.4%로 TSMC와 45.5%포인트 차이가 났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의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TSMC 추격이 더딘데 오픈AI가 큰 손 역할을 할 수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설계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비메모리 보폭을 대폭 키울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오픈AI가 협력한다면 올해 실적 성장은 물론 미래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다질 포석을 깔아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왼쪽).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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