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공화당의 내년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 레이스가 23일(현지시간) 첫 후보자 토론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약 11개월의 대장정이 시작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한 8명의 후보자가 참여해 ‘어·대·트(어차피 대세는 트럼프)’를 깨기 위해 열을 올렸지만, 트럼프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막강한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를 원색적으로 비난하지는 못하고 상대방을 견제하는 데 집중했다.
| (왼쪽부터)공화당 대선 후보자인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비벡 라마스와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팀 스콧 미 상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2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폭스뉴스의 공화당 예비후보 첫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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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폭스뉴스가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에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등 8명이 참여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지지 관련 질문이었다. 사회자가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고 여전히 최종 후보로 지명된다면 그를 지지할 사람이 누구냐”고 질의하자,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와 허킨슨 전 아칸소 주지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 두 인물 모두 트럼프가 2020년 선거 패배를 불복한 점에 대해 줄곧 비난의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다. 이들은 제외한 후보자들은 트럼프의 우산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최근 다크호스로 부상 중인 기업가 라마스와미에 대한 견제도 볼거리였다. 펜스 전 부통령은 “신인을 더 데려올 필요 없다고 경험이 없는 사람을 데려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크리스티 전 주지사도 “라마스와미가 챗GPT처럼 들린다”고 비난했다. 반면 라마스와미는 지지율 2위를 기록 중인 디샌티스 주지사 공격에 집중했다. 그는 “디샌티스는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무제한으로 독립적으로 돈을 끌어모으고 있는 슈퍼팩(Super PAC·미국의 정치자금 기부단체)의 꼭두각시”라고 비꼬았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자금력이 풍부한 ‘네버 백 다운’(Never Back Down)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비판에는 모두 합심했다. 가장 열을 올린 디샌티스 주지사는 “우리나라는 쇠퇴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도 식료품, 자동차, 새집을 살 여유가 없으면 잘못된 것이다”며 “중산층이 다시 성공할 기회를 갖도록 ‘바이든노믹스’를 뒤집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소셜네트워크 X에서 폭스뉴스 전 진행자 타커 칼슨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Tucker on X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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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 불참하는 대신 폭스 뉴스에서 쫒겨난 유명 진행자 타커 칼슨과 사전 녹화한 인터뷰를 소셜네트워크 X(전 트위터) 통해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경쟁자를 공격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압도적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다른 후보자와 같이 토론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그는 “타 후보들이 토론회를 하는 동안 난 중요한 일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비뚤어진 조(바이든 대통령)을 이기고 백악관을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핵전쟁을 벗어나게 하는 일을 해냈다”고 치적을 자랑했다.
특히 트럼프는 2021년 1월 국회의사당을 공격한 지지자들을 다시 한번 옹호했다. 그는 “그날은 매우 흥미로운 날이었다”며 “그들이 경험한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다. 사랑과 단결이 있었다. 저는 그런 정신과 열정과 사랑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편, 로이터·입소스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지율 47%를 기록하고 있고, 2위인 디샌티스의 지지율은 13%다.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한자릿수 지지율만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