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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의회에서 전 세계 공중보건을 위한 기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모욕(insult)하는 내용이 ‘핫 마이크’(hot mike·작동 중인 마이크)에 잡혔다고 전했다. 핫 마이크는 마이크나 녹음기가 작동 중인 것을 모르고 한 발언이 이를 통해 공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자리는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주최한 이 행사에서 전 세계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와 싸우는 공중 보건 캠페인에 60억달러를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예정에는 없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갑작스럽게 참석하게 된 윤 대통령도 총 1억달러를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짧게 조우하고 나오는 길에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들리는 발언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련의 실수와 논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첫 번째 주요 해외 순방을 퇴색시키고, 그의 지지율을 급락시켰다”며 “심지어 그의 당내에서조차 일부 의원들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타전했다.
WP와 로이터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한국 의회를 향한 것이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도 소개했다. 다만, 설명이 한국 내에서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금 다시 한번 들어봐 달라.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의 해명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하면서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완전한 번역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백악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관련 논란에 “언급하지 않겠다(not comment)면서 “한미 관계는 굳건하고 증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핵심 동맹으로 생각한다. 두 정상은 어제 유엔 총회를 계기로 유익하고 생산적인 회동을 가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