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성차업체 가운데 CATL을 제외한 중국계 다른 배터리사와 협력하는 사례가 늘어날 뿐 아니라 한국·중국·일본 중심이었던 배터리 제조사 구도에 유럽·북미 배터리사가 합류하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연간 세계 80개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296.8GWh로 전년 대비 102.3% 증가했다. 전기차엔 순수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하이브리드차(HEV)가 포함된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CATL, 파나소닉 등 3강 체제는 여전했다. CATL은 자국 전기차 시장이 확대된 효과를 톡톡히 누린 데다 유럽 전기차 시장까지 진출하며 점유율을 32.6%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CATL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점유율 격차를 2020년 1.2%포인트(p)에서 2021년 12.3%p로 벌렸다.
5위권에서의 또 다른 변화는 SK온이 삼성SDI(006400)를 제치고 처음으로 연간 기준 5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SK온은 지난해 중국 혜주·옌청 공장을 상업 가동하는 등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면서 배터리 사용량 증가율이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107.5%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율은 각각 75.5%, 56.0%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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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면서도 자국 배터리사가 없는 유럽과 북미에선 자체 배터리사 키우기에 나서며 배터리사 한중일 3국 구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유럽에선 스웨덴 노스볼트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 배터리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적으로 배터리 셀을 설계·개발해 조립하는 데 성공한 노스볼트는 폭스바겐이 최대주주로 있다. 폭스바겐과 BMW, 볼보 등을 고객사로 뒀을 뿐 아니라 최근 볼보와 스웨덴 예테보리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소형 배터리 강자인 바르타(Varta)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토탈과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함께하는 합작법인 ACC(Automotive Cells Company)도 배터리 개발·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7년 유럽 배터리연합(European Battery Alliance)을 출범할 정도로 유럽 내 배터리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과 북미에서 배터리사를 자체적으로 육성하고 중국에서도 CATL뿐 아니라 다른 배터리사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하고 있다”면서도 “이들이 시장 판도를 뒤집기까진 최소 4년 이상 걸려 LG에너지솔루션과 CATL, 파나소닉 등 3강 구도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