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면서 자신은 물론 재벌가 및 연예계 인사들에게 시술과 무관한 프로포폴을 수차례 불법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해당 의사는 이같은 불법 투약 사실을 감추기 위해 차명으로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 프로포폴을 재벌가 등에게 상습적으로 불법 투약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병원.(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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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성형외과 병원장 김모 씨 등의 1심 선고에서 김씨에게 징역 3년을, 김씨의 범행을 도운 병원 총괄실장 간호조무사 신모 씨에게는 징역 1년 8월을 선고했다. 또 김씨와 신씨에게 공동 추징금 1억 7319만원을 명령했다.
정 판사는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필요 범위 내 마약을 투약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통상 필요한 범위 넘어 의료행위를 빙자해 투약하는 것은 업무 외 투약에 해당한다”며 “프로포폴은 불면증이나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약물 아니고, 다른 마약과 마찬가지로 주체할 수 없는 갈망 생겨 자신의 의지로 끊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의사로서 전문 지식을 가져 프로포폴 부작용을 알고 있음에도 치료하는 데 투약이 필요했는지, 그 필요성에 맞게 최소한으로 사용됐는지를 대상자별로 적절한 판단이 있었다고 볼 수가 없다”며 “결국 업무상 목적으로 투약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시술을 빙자하거나 시술과 무관하게 투약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병원장으로서, 간호조무사로 오랜 기간 병원장 자신이나 고객들에게 프로포폴 상습 투약했다”며 “이들은 적발을 피하고자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보고했으며, 수술동의서까지 위조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운영 규모·수익 현황·프로포폴 사용량 등 살펴보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자신의 성형외과에서 피부미용 시술 등을 빙자해 자신과 고객들에게 148차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거나 신씨 등에게 투약 및 시술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김 씨와 신 씨가 외국인이나 지인의 인적사항을 허위로 기재한 진료기록부를 만들었다고 본 사문서위조 혐의 등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씨에게 징역 7년을, 신 씨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김 씨의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도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