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여의도 정치와 거리두기에 나섰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결국 입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두고 뒤에서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불편함을 표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에 “(제가) 못 알아들었다고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각을 세웠다.
| 24일 저녁 경북 포항 송도해변 한 통닭식당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지자와 번개모임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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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문자를 통해 “전혀 오해의 소지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 못 알아들었다고 대통령실이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뜻이 아니라며 “이 대표도 오해는 하시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달래기에 나서자 이 대표가 손을 뿌리친 것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의중을 알게 됐다는 뜻을 분명히 알렸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번 사태에 대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그는 “그 섬(여의도)에서는 카메라가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가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며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섬(울릉도)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 감사합니다 울릉도”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확대해석하거나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지 말라며 선을 긋고 있다. 앞서 당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이 해당 논란에 휘말리게 되며 당황한 듯한 모습이다.
또 일각에서는 권 대행이 윤 대통령과의 대화를 고의로 노출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본회의장에서 휴대폰을 열면 취재진의 카메라에 찍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 20일에도 본회의장에서 한 의원이 휴대전화로 상임위 관련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국회사진기자단에 찍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에서 휴대폰 사용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기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사소한 일들이 자칫 여야 협상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주의를 준 바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8일 성상납 관련 의혹으로 윤리위에서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후 광주를 찾고, 이후 진주·창원·부산, 강원 추천, 호남을 돌고 있다. 지난 25일 울릉도에 입도해 당원들을 만난 이 대표는 당초 26일 울릉도를 빠져 나오려 했다 한다. 그러나 기상상황을 비롯해 문자 논란과 같은 상황이 터지면서 울릉도에 좀 더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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