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비정상의 이분법적 경계 넘어 바라본 예술세계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 展
북서울미술관 전시실1서 8월 22일까지
  • 등록 2021-06-28 오후 2:37:09

    수정 2021-06-28 오후 2:37:09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정상·비정상, 장애·비장애 등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삶과 철학, 예술에 접근한 전시가 개최된다.

김진홍 ‘그림자의 그림자의(2017), 종이에 색연필, 39.6x54.6cm(사진=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를 29일부터 8월 22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1에서 열린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올해 의제인 ‘배움은 미술관에서, 미술관에 대해, 미술관을 통해서 배우며 나누는 것’을 반영한 전시로 정상·비정상, 장애·비장애 등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미술관에 대한 다양한 창작자의 접근성을 확대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10대부터 6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작가가 참여한다. 자신의 내면에 몰입해 독창적인 창작을 지속해 온 발달장애 작가 16인, 정신장애 작가 6인, 총 22명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며 73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랫동안 발달장애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고 전시를 기획해 온 ‘밝은방’의 김효나를 초청 기획자로, 김인경, 이지혜를 협력 기획자로 하여 서울을 비롯한 광주, 보령,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작가를 찾아 그들과 소통하며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장에서는 ‘장애 예술’, ‘아웃사이더 아트’ 등의 미술사적 또는 사회적 수식을 제거한 채 이들의 작품을 ‘자기 몰입의 창작’ 활동으로 바라본다. 다양한 예술적 형식으로 표현한 작가들의 세계를 그 내용과 속성에 따라 5개의 큰 맥락 ‘일상성, 가상세계의 연구, 기원과 바람, 대중문화의 반영, 노트 작업’으로 분류했다. 전시장은 이러한 맥락이 작품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장에 마련된 ‘노트 섹션’에서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미술 재료가 아닌 작고 소박한 이면지, 공책 등 종이 위에 자유롭고 솔직하게 펼쳐진 낙서와 메모, 스케치, 그림까지 다양한 노트를 만나볼 수 있다.

길에서 나누어주는 공짜 노트나 값싼 연습장, 이면지는 작가들의 독창적인 세계가 처음 시작된 공간이자 그 세계가 무한히 변주되며 지속되는 주요한 창작 공간이다.

이들 노트는 창작물로 인식되기 전에는 의미 없고 쓸모없는 낙서, 병이나 장애의 증상으로 여겨져 정기적으로 버려지거나 방치되곤 했는데 노트를 대하는 가족의 태도에서 이들 작가의 창작 활동과 존재 방식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그린다그린다그린다그린다그린다’에서는 ‘그린다’는 행위에 관한 스터디 모임도 진행한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물리적인 한계를 넘나드는 창작자들의 몰입 세계를 느끼고 나눌 수 있길 바란다”라며 “서울시립미술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지 않고 사용자, 생산자, 매개자의 다양한 주체로 환대하며 미술관을 통해 모두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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