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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요즘 객실 상황은 어떠냐”고 물었다. 기자의 질문에 직원은 다른 답을 내놓았다. ‘기자와의 인터뷰 금지령’이 내려졌다고 했다.
이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많이 줄면서 이에 대해 묻는 기자들이 많이 찾아왔다”면서 “(언론과 인터뷰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했다. 호텔에 빈 객실이 많다는 내용이 보도되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읽혔다.
비슷한 시간 남대문 시장. 역시 한산했다. 출출한 시각 관광객들로 붐빌 법한 어묵 포장마차에도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없었다.
“요새 상인들끼리는 (2년여 전) 메르스 때보다 사람이 더 없다고 합니다. 한때 남대문시장을 가득 메웠던 유커를 구경하기조차 힘들어요.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들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10년째 남대문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박모씨의 하소연이다. 다른 상인 김모씨는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나가려는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의 모습을 방송으로 볼 때마다 허탈감이 든다”면서 “정부는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자고 외치지만 왠만한 사람은 다 외국으로 나가는 것 같다. 이러니 장사가 될리가 있냐”고 반문했다.
오지 않는 유커,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
유커는 오지 않고, 내국인은 해외로 나가는 상황은 경제지표에서 그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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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7월(14억7000만달러 적자) 이후 23개월 만에 최대 적자다. 6월을 기준으로 보면 역대 최대 적자다. 직전달인 지난 5월(13억6000만 달러 적자)보다도 3000만달러 더 적자가 늘었다.
여행수지는 경상수지(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를 구성하는 서비스수지 중 하나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 등을 사고팔아 벌어들인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여행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해외로 여행을 나간 내국인은 늘었지만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은 줄었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6월 출국자 수는 209만8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7만8000명보다 32만명(18.0%) 늘었다. 그에 반해 6월 입국자 수는 99만2000명에 그쳤다. 지난해 6월(155만4000명)과 비교해 36.2%(56만2000명)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입국자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6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25만5000명에 불과했다. 전년동기 대비 66.4%(50만4000명)가 줄어들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에 대한 여파가 여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여행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국가별로 봤을 때 우리나라가 여행수지 흑자를 보이는 나라로는 중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연합, 동남아 등에 만성적인 여행수지 적자를 보여온 데 반해 중국에는 2012년 이후 흑자행진을 보여왔다. 대(對)중국 여행수지 악화가 전체 여행수지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6월 전체 서비스수지 적자(28억1000만달러 적자)도 전년동월(13억1000만달러 적자)대비 확대됐다.
여행수지 적자는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7~8월 여행 성수기에 내국인의 해외출국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휴가철 성수기 때 여행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는 양상은 추세적 흐름이다. 지난 2015~2016년 7~8월 여행수지는 매월 11억~15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경상수지 흑자행진... 흑자 폭은 크게 감소
6월 전체 경상수지는 70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64개월째 사상 최장 흑자 행진이다.
하지만 그 폭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6월 120만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데 비해 50만8000만달러 축소됐다. 한은 관계자는 “여행수지와 운송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데다 설비투자를 위한 기계류를 도입 및 에너지류 단가 상승으로 수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흑자 폭이 전년동월대비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6월 상품수지 역시 비슷했다. 97억1000만달러 흑자였으나 전년동월(128억3000만달러 흑자)에 비해 흑자 폭이 31억2000만달러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