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공범' 前공무원 "일부 동의하고 촬영"…입장 번복

첫 재판서 "공소사실 모두 인정"…두번째선 말 바꿔
法, 더딘 진행에 검찰·변호인에 불만 드러내기도
"8월 3일이면 구속 만기…매주 재판해야 할 판"
  • 등록 2020-05-12 오후 12:41:19

    수정 2020-05-12 오후 1:10:53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성 착취물을 제작,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경남 거제시청 전 공무원 천모(29)씨가 두 번째 공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모두를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이현우)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천씨 측은 증거로 제시된 일부 동영상에 대해 “상호 동의 하에 휴대전화를 들고 찍은 것으로 범행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공 혐의와 관련해서도 “일부 영상물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동·청소년 음란물로 볼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몰래 찍은 영상도 굉장히 멀리서 찍어 성관계 영상이라는 것만 인식할 수 있고, 아동·청소년 음란물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 채택과 관련 일부 증거가 천씨에게 불리하게 편집됐다며 부동의하는 한편, 검찰에 원본 영상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사진=연합뉴스)


이날 재판부는 공판 일정이 자꾸 미뤄지는 것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천씨는 지난 2월 4일 공소장이 접수돼 오는 8월 3일이면 구속기간이 만료되지만, 정식 공판은 이날까지 단 두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천씨 측 변호인이 세 차례에 걸쳐 교체됐고 추가 기소를 이유로 검찰 역시 기일 연기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1심 재판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로 제한돼 있으며, 처음 구속영장을 발부할 당시 없었던 혐의사실이 발견돼 검찰이 추가 기소하거나 재판부가 직권으로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혐의사실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천씨는 오는 8월 3일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돼 증거인멸이나 도주가 우려된다.

재판부는 “천씨 측이 오늘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왜 이렇게 늦게 내느냐”고 꾸짖은 뒤 증인 신청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만기가 두 달 정도 밖에 안 남았다. 잘못하면 거의 매주 공판을 해야 할 판인데 증인을 신청해야 할 것 아니냐”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6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천씨는 △미성년자인 피해자들과의 성관계를 촬영한 혐의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에게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권유한 행위 △피해자들에게 성매매를 하도록 협박한 혐의 △130여개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 △미성년자를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동영상과 글을 전송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 혐의 등을 받는다.

다만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조주빈 사건과는 별개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조주빈과 천씨의 공모 여부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두 사건 병합을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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