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사외이사 추천 방식부터 바꿔라" 의결권 자문기관의 충고

서스틴베스트 ‘한진그룹이 나아가야 할 길’ 보고서 공개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이 핵심
경영이슈 관리할 사외이사 중심 별도 위원회 필요
  • 등록 2019-03-04 오전 11:05:26

    수정 2019-03-04 오전 11:05:26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내 지속가능 경영 이슈를 관리할 사외이사 중심의 별도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4일 서스틴베스트는 ‘한진그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기업의 중장기 가치 제고와 관련된 방안 △지속가능 경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의 확장 △건전한 거버넌스 체계 수립 등의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한진그룹이 최근 제안한 사외이사 수 증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도입 등은 긍정적이나 지속가능 경영 체계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평했다.

이에 서스틴베스트는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내에 지속가능 경영 이슈를 관리할 수 있는 사외이사 중심의 별도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별도 위원회는 한진그룹 사업부문별 지속가능 이슈 진단 및 해결방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체계적이고 검증된 전문 경영인 육성 방안과 이사회 중심의 경영의사결정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거버넌스체계 구축 자체보다도 이를 작동시킬 이사회 구성원이 가장 중요한데 한진그룹 내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사외이사진은 독립성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서스틴베스트가 최근 5년 동안 한진그룹 주요 상장사들의 전현직 사외이사들을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 사외이사가 그룹 회장의 경복고등학교 동문이거나 법무 자문그룹 등 이해관계자들로 이뤄져 있다.

이에 서스틴베스트는 합리적인 경영의사 결정을 수행할 전문적인 사내이사진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사외이사진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한진그룹은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는 선언적 문구가 아닌 일반주주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제약 없이 사외이사 후보를 자유롭게 추천할 수 있는 공개적인 채널을 신설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형성된 사외이사풀(Pool)에서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최종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기업의 중장기 가치 제고 차원에서 한진그룹 사업부문과 출자 구조의 불일치로 인한 몇 가지 문제점도 지적했다. 우선 지주체제로의 전환 이후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비합리적인 자본 배분 문제가 줄곧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대한항공은 2014년 이후 한진해운에 약 7000억원 이상의 지원과 호텔·레저 사업을 영위하는 종속회사에 약 8000억원 이상의 지속적인 출자 및 약 2조6000억원의 우발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A0에서 BBB+까지 하락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며 전 그룹사들의 신용위험으로 전이됐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서스틴베스트는 대한항공이 합리적인 자본 배분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중심의 경영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한진그룹은 최근 다년간 영업적자가 지속된 호텔 및 관광레저 산업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고 향후 해당 사업부문의 경영성과 개선 가능성 등에 대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경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의 확장 측면에서는 △인적 자본 생산성 △안전 리스크 △국제 탄소 규제 강화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우선 대한항공의 과거 5년 평균 1인당 인적 자본 투자 및 인적 자본 생산성은 각각 6400만원, 7300만원으로 해외 경쟁사의 평균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근로 의욕 감소, 소비자 만족도 저하 등의 결과를 낳고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해 유형자산에 대한 관리 효율화와 경영진 보상체계 개선 등을 통해 인적 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인적 자본 생산성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대한항공의 항공기 1대당 조종사 수는 2010년 19.9명에서 2017년 17.1명으로 꾸준히 감소해 항공기 대수에 적합한 조종사 인력 증대 검토를 요구했다. 특히 국제 탄소 규제 강화로 인해 대한한공은 2021년부터 15년간 약 3000억원의 추가 대응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 해외 항공사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바이오항공유’의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보고서를 통해 한진그룹 측이나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한진그룹의 지속 가능한 기업발전을 위한 해법과 대안 모색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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