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개인정보 규제 완화하겠다"..인터넷 업계 "아직은.."

이효성 방통위위원장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 완화로 균형 잡겠다"
네이버 등 인터넷 업체 "개인정보 규제 등 완화" 역차별 해소 촉구
해외기업 규제할 행정력 마련 과제는 여전..업계 "못미더워"
  • 등록 2017-12-13 오후 1:59:19

    수정 2017-12-13 오후 2:19: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국내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공론화된 가운데 정부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정보보호 등 규제 완화에 대한 뜻을 밝혔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에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보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국내외 기업 간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고 인터넷 사업자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국내 인터넷 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정부 방침이 행정력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의구심을 보였다. 지난 정부 때부터 개인정보 등 빅데이터 분야 규제 완화 얘기는 거론돼왔기 때문이다.

방통위 “규제 완화하겠다” 원론적 접근

방통위는 13일 서울 케밍턴호텔에서 국내 인터넷 사업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콘텐츠연합플랫폼(‘푹’ 운영사), 한국MCN협회가 참석했다. 해외 기업으로는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이베이코리아가 나왔다.

이 위원장은 “가급적이면 규제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규제를 풀어서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며 “사전 억제보다 사후 처벌의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는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나서겠다”며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규제 완화는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주요 요청사항이다. 빅데이터 분석, 이를 통한 인공지능(AI) 학습에 사용 이력 등의 데이터가 필요하나, 각 개인의 동의를 일일이 구해야 한다. 개인 신상과 무관한 비식별 데이터까지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AI 제품 개발이 외국에 비해 뒤늦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제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스타트업 코리아’ 리포트
역차별 해소 문제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규제 완화론을 펼쳤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글과 페이스북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 규제는 풀겠다는 얘기다. 다만, 이 위원장은 “규제 집행력을 방통위가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해외 기업에 대한) 집행력 강화 사이에서 적절한 선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구체적인 규제 완화안까지는 내놓지 않았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빠르면 이달, 늦어도 내년 초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국회나 정부 관계 부처에 개진한다.

그러나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해왔던 얘기”라며 “실제 반영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 때도 정부는 ICT해우소 등을 정기적으로 열며 업계내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료는 “규제는 그 사회의 거울”이라며 “이해 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정부가 바로 규제를 없애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기업 간 엇갈린 반응

국내 인터넷 생태계 발전을 위한 취지로 진행된 이날(13일) 간담회지만 국내외 기업 간 시각차는 극명했다.

국내 기업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 형평성 있는 망 사용료 부담 원칙 마련을 촉구했다. 스타트업 비즈니스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 구했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해외 기업과의 경쟁력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친기업적인 정책을 주문했다. 시민단체 의견과 함께 기업들의 의견도 정부가 균형있게 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데이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개인정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영상 플랫폼 ’푹‘을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은 망 사용에 대한 국내외 기업 간 형평성을 언급했다. 유튜브의 경우 초고화질(UHD) 콘텐츠를 거의 제한없이 서비스하고 있지만 자신들은 망 사용료 부담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는 유튜브와의 경쟁력 차이로 이어졌다.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은 국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들이 한국 사회에서 우리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자신들이 캠퍼스서울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도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조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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