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 불통'에 'PB 논란'까지...'이마트 덫'에 걸린 ‘이마트24’

간판교체, 직영점 외 가맹점은 '감감 무소식'
점주 "본사가 구체적인 일정 알려주지 않아" 반발
PB 진열로 골목상권 반발 우려, 거부 움직임도
정용진 '지시' 탓 사업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지적도
  • 등록 2017-08-01 오전 11:20:01

    수정 2017-08-01 오후 4:15:39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신세계그룹이 편의점 ‘위드미’ 간판을 ‘이마트24’(emart24)로 교체하고 리브랜딩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편의점 브랜드 변경과 관련해 경영주와의 협의를 거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가맹점주들은 신세계가 브랜드 교체를 공식발표한 지 2주가 넘도록 간판교체 동의절차 등에 대한 설명은 해주지 않고 있다며 ‘불통’을 지적하고 나섰다.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신세계의 야심찬 발표와 달리 이마트24 리브랜딩 작업이 점주 반발 등에 부딪히자,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한 달 안에 놀랄만한 변화를 보여주겠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압박에 밀려, 편의점 리브랜딩을 무리하게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디데이’ 없이 시작된 ‘거북이 리브랜딩’

간판교체를 끝낸 이마트24 스타필드 코엑스몰 2호점
신세계에 따르면 1일 기준 ‘이마트24’로 간판을 바꿔단 위드미 점포는 총 4개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위드미 본점과 위드미 스타필드코엑스몰 1·2·3호점이 위드미를 지우고 그 자리에 이마트24를 새로 새겼다.

지난달 31일 방문한 스타필드코엑스몰 2호점 매장 안은 흡사 ‘작은 이마트’를 방불케 했다. 매장 곳곳에 미처 지우지 못한 ‘위드미’ 문구 위에는 ‘이마트24’ 스티커가 군데군데 덧붙어있었다. 고객의 눈에 잘 띄는 매장 ‘골든존’에는 가정간편식 PB브랜드 ‘피코크’, 실속형 PB브랜드 ‘노브랜드’ 등의 물건이 비치돼 있었다.

신세계에 따르면 4개 직영점포 외에는 간판교체 시기 및 순서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 ‘조율 단계’ 에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지난 13일 신세계는 그룹의 ‘성장 DNA’를 편의점 사업에 이식시키기 위한 첫 스텝으로 ‘브랜드 교체’를 지목한 바 있다. 적극적으로 시장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공격적인 의지’로 읽혔지만, 정작 실제 리브랜딩 과정은 더디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가맹점주 “본사와 얘기할 기회 없었다”

신세계는 편의점 리브랜딩이 본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한다. 간판을 바꿔다는 게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가맹점 경영주와의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리뉴얼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경영주들이 이마트24를 적극 반기고 있다”고 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서울시내에서 3년째 위드미를 운영 중이라는 점주는 “전산망을 통해 이마트24로 간판이 교체될 수 있다는 공고를 보기는 했으나 본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듣지 못했다”며 “위드미라는 상호로 가맹계약을 맺은 점주로서, 본사차원의 공청회 등을 기대했는데 (언론 보도 등) 정작 외부 채널을 통해 관련 정보를 더 많이 듣게 돼 불쾌하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이마트24 핵심으로 내건 편의점 내 PB 상품 진열이 골목상권 반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참여연대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이마트24를 ‘변종 SSM(기업형슈퍼마켓)’이라며 골목상권 침해 점포로 점찍은 바 있다.

가맹계약이 1년 남았다는 한 위드미 점주는 “소비자단체가 불매운동이라도 벌이면 피해는 점주가 입을 수밖에 없다”며 “본사가 가맹점주를 모아 설명회라도 열었으면 좋겠는데 감감 무소식이다”라고 토로했다. 앞서 LG25와 패밀리마트는 각각 GS25와 CU로 상호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점주들의 ‘간판교체 거부’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신세계 역시 대립각을 세우는 위드미 점주가 나올 경우, 이마트24의 ‘성공적인 안착’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위드미경영주협의회 관계자는 “예민한 문제인 탓에 모든 가맹점주를 대표해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고 전했다.

‘섣부른’ 발표에 변화 ‘임팩트’만 반감돼

신세계는 지난 5월 정용진 부회장이 “한 달 내에 위드미에 대한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지 약 1개월 반 만에 이마트24를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위드미 내부 관계자는 “부회장의 언론 공표 시점에서는 (위드미 혁신안의) 윤곽만 그려놓았던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이마트24로의 리브랜딩과 관련한 구체적인 매뉴얼 등을 마련하지 않은 채 ‘CEO 눈치’ 에 밀려 ‘장밋빛 리브랜딩안(案)’을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신세계 계획과 달리 이마트24로의 간판교체 시기가 점차 길어질수록 브랜드 교체로 얻을 수 있는 ‘파급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국내 브랜드 파워 2위인 ‘이마트’를 전면에 내세워 편의점 후발주자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던 신세계 포부가 무색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브랜드네임 ‘아이 서울 유’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브랜드 교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임팩트’다. 간판 교체 시기 등을 정확히 못 박은 뒤 계획에 맞춰 리브랜딩을 진행해야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특히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주에게 브랜드 교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시기 등을 확정해주지 않으면 점포운영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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