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신세계의 야심찬 발표와 달리 이마트24 리브랜딩 작업이 점주 반발 등에 부딪히자,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한 달 안에 놀랄만한 변화를 보여주겠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압박에 밀려, 편의점 리브랜딩을 무리하게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디데이’ 없이 시작된 ‘거북이 리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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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방문한 스타필드코엑스몰 2호점 매장 안은 흡사 ‘작은 이마트’를 방불케 했다. 매장 곳곳에 미처 지우지 못한 ‘위드미’ 문구 위에는 ‘이마트24’ 스티커가 군데군데 덧붙어있었다. 고객의 눈에 잘 띄는 매장 ‘골든존’에는 가정간편식 PB브랜드 ‘피코크’, 실속형 PB브랜드 ‘노브랜드’ 등의 물건이 비치돼 있었다.
가맹점주 “본사와 얘기할 기회 없었다”
신세계는 편의점 리브랜딩이 본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한다. 간판을 바꿔다는 게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가맹점 경영주와의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리뉴얼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경영주들이 이마트24를 적극 반기고 있다”고 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서울시내에서 3년째 위드미를 운영 중이라는 점주는 “전산망을 통해 이마트24로 간판이 교체될 수 있다는 공고를 보기는 했으나 본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듣지 못했다”며 “위드미라는 상호로 가맹계약을 맺은 점주로서, 본사차원의 공청회 등을 기대했는데 (언론 보도 등) 정작 외부 채널을 통해 관련 정보를 더 많이 듣게 돼 불쾌하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이마트24 핵심으로 내건 편의점 내 PB 상품 진열이 골목상권 반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참여연대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이마트24를 ‘변종 SSM(기업형슈퍼마켓)’이라며 골목상권 침해 점포로 점찍은 바 있다.
‘섣부른’ 발표에 변화 ‘임팩트’만 반감돼
신세계는 지난 5월 정용진 부회장이 “한 달 내에 위드미에 대한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지 약 1개월 반 만에 이마트24를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위드미 내부 관계자는 “부회장의 언론 공표 시점에서는 (위드미 혁신안의) 윤곽만 그려놓았던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이마트24로의 리브랜딩과 관련한 구체적인 매뉴얼 등을 마련하지 않은 채 ‘CEO 눈치’ 에 밀려 ‘장밋빛 리브랜딩안(案)’을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신세계 계획과 달리 이마트24로의 간판교체 시기가 점차 길어질수록 브랜드 교체로 얻을 수 있는 ‘파급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국내 브랜드 파워 2위인 ‘이마트’를 전면에 내세워 편의점 후발주자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던 신세계 포부가 무색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브랜드네임 ‘아이 서울 유’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브랜드 교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임팩트’다. 간판 교체 시기 등을 정확히 못 박은 뒤 계획에 맞춰 리브랜딩을 진행해야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특히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주에게 브랜드 교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시기 등을 확정해주지 않으면 점포운영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