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흡연장소인 그곳에 작은영화관이 생겼다

서울시, 빈공간을 시민참여공간으로 조성
동네 분위기 바꾸고 시민 호응 끌어내고
  • 등록 2016-11-17 오전 11:15:00

    수정 2016-11-17 오전 11:15:0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이 되면 늘 인근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중구 무교동. 그 중심에 있지만 평소 무심결에 지나쳤던 어린이재단(무교동 95번지) 건물 앞 공터에 컨테이너 두 개를 잘라 만든 듯한 10평 규모의 공간이 새로 생겼다. 바로 17일 문을 연 ‘미니시네페(미니시네마+카페)’다.

불법주차와 인근 직장인들의 단골 흡연장소로 방치됐던 이곳은 서울시가 지난 7월 ‘시민 누리공간 만들기 프로젝트’ 장소로 결정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서울 중구 무교동 어린이재단 앞 공터에 설치된 ‘미니시테페’ 모습. 건물 한곳은 미니영화관이고 다른 한곳은 카페로 운영된다.
‘시민 누리공간 만들기 프로젝트’는 방치된 공개공지, 지하보도, 다리밑 등 활용도가 저조한 서울시내 유휴공간을 시민참여형 활성화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시는 지원·조정 역할을 하고, 공간 발굴부터 기획~조성~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시민이 주도한다. 현재 ‘미니시네페’를 비롯해 시민투표로 선정된 9개 프로젝트가 운영 또는 조성 중에 있다.

‘미니시네페’는 독립된 두 개의 공간으로 이뤄졌다. 한 곳은 6석 규모의 아늑한 공간에서 단편영화, 인디영화를 상영하는 소규모 영화관이고, 다른 한 곳은 잠시 쉬어가거나 점심식사 후 산책길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휴식공간(카페)으로 꾸며졌다.

기획·조성은 단편영화 플랫폼인 ‘미니시네마’가 주도했으며, 운영도 맡는다. 무교동 인근은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영화는 주로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중심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전우석 미니시네마 대표는 “신진 영화인들은 영화를 제작하고도 상영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의욕이 상실되는 경우가 많다”며 “단편영화 전용 상영관을 통해 신진 영화인에게는 창작의욕을, 시민에게는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획의도를 말했다.

서울시는 17일 오후 6시 무교동 ‘미니시네페’ 앞에서 오픈식을 갖고, 본격 운영을 시작한다.

△도림천에 만들어진 ‘문화가 흐르는 도림천 문화공간’에서 아이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다른 ‘시민 누리공간 만들기 프로젝트’ 역시 서울 곳곳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용산구 서계동 및 후암시장 일대에 조성된 ‘골목길 갤러리’는 재개발 구역 지정해제로 상실감이 큰 지역의 주민 의견을 반영해 마을쉼터를 만들고, 우범지대에 벽화를 그리고, 쓰레기 무단투기를 방지하는 예술작품을 설치해 주민들의 참여와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도림천 일대에 만들어진 ‘문화가 흐르는 도림천 문화공간’은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던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시민이 쓰레기를 주어오면 문화·예술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화폐 기능을 부여하면서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버스킹 공연, 포토월 등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이번 프로젝트 시범운영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시민누리공간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시민누리공간이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조성·운영될 수 있도록 공간 용도완화, 수익사업 허용 등 다양한 제도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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