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트럼프의 돌풍…정부도 시장도 깜짝 놀랐다

트럼프 선전에…금융시장 기류 확 바뀌어
한국은행, 오후 긴급 상황점검회의 열기로
  • 등록 2016-11-09 오전 11:56:27

    수정 2016-11-09 오전 11:56:27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투표일인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56번가에 있는 ‘PS 59 비크맨 힐 인터내셔널’ 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투표를 마친 뒤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금융시장도 깜짝 놀랐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예상을 깬 선전에 9일 장중 시장 기류가 속속 변하고 있다.

간밤 글로벌 시장과 이날 초반 국내 시장 기류는 ‘힐러리 베팅’이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에 기울었던 것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다. 초반 최대 격전지로 꼽힌 플로리다에서 트럼프가 앞서면서다. 안전자산인 채권은 강세 전환하고 있고 위험자산인 주식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위험통화인 원화의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5.2bp(1bp=0.01%포인트) 하락한 1.373%에 거래되고 있다. 채권금리가 내리는 건 채권가격이 오르는 걸 의미한다.

10년물 금리는 6.6bp 하락한 1.636%에 거래 중이다.

채권시장은 이날 장 초반만 해도 간밤 미국의 영향으로 약세 출발했다.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께를 기점으로 속속 강세 전환했고, 그 폭을 계속 키우고 있다.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이 시장 분위기를 일거에 바꾼 것이다.

국채선물시장도 강세다. 오전 11시35분 현재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 대비 243틱 오른 110.58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83틱 상승한 130.83을 나타내고 있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오르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강세라는 의미다. 한 시장 참가자는 “예측과 달리 움직여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의 약세 폭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오전 1138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10.6원 상승한(원화 약세) 1145.6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만 해도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에 하락 출발했다. 1120원 후반까지 내려갔다.

다만 플로리다에서 트럼프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상승 전환했다. 95% 개표가 진행된 플로리다에서 트럼프의 득표율은 49.0%다. 47.8%인 클린턴을 앞서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확대되며 1.3% 넘게 치솟기도 했다.

같은 시간 멕시코 페소화는 8% 가까이 절하된 달러당 19.7페소에, 일본 엔화는 2% 절상된 달러당 102.5엔대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38.45포인트 하락한 1964.93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2015선까지 올랐지만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정책당국도 당환하긴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오후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겠지만 초반 분위기는 분명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6월 예기치 못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결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류다.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2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긴급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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