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상욱기자] `갈라진 미국`이라고까지 일컬어지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그동안 부시행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시의 감세정책은 미국의 경기부양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따라서 대미 수출환경이 호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케리나 부시 모두 자국내 산업보호에 관심이 있는 만큼 통상압력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보인 케리보다는 덜하겠지만 부시도 무역적자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외적으로는 강경한 대외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라크 등 불안한 중동정세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 경우 최근 고유가 상태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경우 북한 핵문제라는 경제외적인 중대변수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부시 행정부의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변화에 따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시 재선, `경제정책 급격한 변화없을 것`
일단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고,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는 등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지원사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경제정책이 크게 수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소득세 감면에 기초해 부유층과 기업에 지지기반을 둔 성장정책으로 대변되는 부시의 경제정책 기조상 대미 수출환경은 다소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케리의 경우 슈퍼301조 등 강력한 보호무역조치가 예상됐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부시의 재선이 단기적으로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부시의 재선으로 지금까지 추진된 경제나 외교정책의 기본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경우 다른 나라의 경제나 통상, 국내개혁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이어 "케리가 당선됐을 경우 과거 클린턴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적 기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았다"며 "부시의 경우 자유방임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우리 경제에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보면 북핵문제와 경제문제로 나눌 수 있다"며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만큼 경제정책에 대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부시의 재선에도 불구하고 통상압력은 이전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농산물과 서비스, 자동차·항공기 등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이 심화되고 섬유와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차기 대통령이 부시냐, 케리냐를 떠나 확실한 것은 당분간 미국으로부터의 통상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최근 수년간 100억 달러가 훨씬 넘는 수준에서 대미무역흑자가 확대되고 있어 우리나라는 미국의 주요한 통상정책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케리 못지않게 부시도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자국의 전통산업 보호에 관심이 높아 이들 산업에 대한 수입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라며 "농산물과 항공기 등에 대한 개방압력도 한결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경일변 대외노선은 `부담`
부시의 재선으로 케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책변화의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그동안 보여준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강경 일변도였다는 점은 앞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대한 강경한 대외정책이 유지되고 대테러 전쟁 등이 계속될 경우 올들어 급등한 국제유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신민영 연구위원은 "부시가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강경한 대외정책 노선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고유가가 이라크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인 외교에 기인한 바 크고 세계경기 위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문건 전무는 "부시가 아닌 케리가 당선됐다고 해도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부시의 재선으로 고유가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등 내년에 수출부분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현재 추진하고 있는 다자회담 등이 결렬될 경우 부시 행정부의 입장이 강경론으로 선회한다면 다시 북핵위기로 인한 충격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후식 대우증권 경제분석팀장은 "향후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북한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지만 한국과 미국의 기본공조가 불안한 상황에서 이견이 도출될 경우 부정적인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위원도 "부시 행정부의 경우 대북문제도 강경책이 고수될 것"이라며 "대북문제는 케리가 당선됐다고 해도 이슈화가 됐을 것이며 어떤 형태로든 대화가 결렬될 경우 북한 봉쇄 또는 공격론이 다시 득세하며 북핵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