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기온·열대야 `역대 1위`…통계로 확인된 올여름 폭염

6월 이후 꾸준히 평년보다 높은 기온
강수량, 평년의 82.5%로 적은 편
해수면 온도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아
  • 등록 2024-09-05 오후 12:00:00

    수정 2024-09-05 오후 12:00:00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대 보급된 1973년 이후 가장 무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야 일수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장맛비는 평년보다 양이 적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좁은 지역에 강하게 내렸다.

2024년 7월하순~8월하순 고온 및 적은 강수 관련 기후학적 원인 모식도(사진=기상청)


기상청은 5일 ‘2024년 여름철 기후특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여름 기상·기후에 대해 기상청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높은 기온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고, 장마철에 내린 집중호우는 7월 하순부터 적은 강수 형태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여름에 지속된 찜통더위는 통계로 확인됐다.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6도로, 평년(23.7도)보다 1.9도 높았다. 이 1973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이다. 두 번째는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25.3도)이었다. 장마철에는 보통 비 때문에 기온이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국내에 계속 유입되면서 6월 중순부터 기온이 꾸준히 높았고, 7월 하순부터 한 달 동안 따뜻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상공을 이중으로 덮고 강한 햇볕이 내리쫴 기온이 올랐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높은 습도 때문에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열대야와 폭염이 발생했다. 올여름 열대야 일수는 총 20.2일로 1973년 이후 역대 1위이다. 열대야는 평년(6.5)보다 3.1배 더 많이 발생했다. 전국 주요 기상관측지점 66곳 중 36곳에서 올여름에 열대야 일수 1위를 기록했는데 그중 서울은 39일 동안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다.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총 24일로 역대 3위 수준이다. 1위는 2018년 31일, 2위는 1994년 28.5일이다. 올해는 평년(10.6일)보다 폭염이 2.3배 더 발생하면서 밀양과 합천, 산청 등 전체 기상관측지점 중 10곳에서는 폭염 일수 역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름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602.7㎜로 평년(727.3㎜)보다 적었다. 다만, 여름 강수량의 절반 정도가 내리던 평소와 다르게 올해 장마철에는 전체 강수량의 78.8%(474.8㎜)가 집중됐다.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폭이 좁은 정체전선을 만들면서 좁은 지역에 강한 비가 내렸다. 그 결과 1시간 최다강수량이 100㎜ 이상인 지역이 9곳이나 나타났다. 장마철 이후에는 맑은 날이 많아서 대기 불안정에 의한 소나기가 주로 내렸다.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상이 발생한 배경에는 해수면 온도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기상청은 해석했다. 2024년 여름철 우리나라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3.9도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까지 열대 서태평양에서는 강한 햇볕 등에 의해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았고 대류가 활발했다. 따뜻한 공기와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대만 부근의 아열대 지역으로 이동해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서쪽으로 더 확장되게 했다. 이렇게 국내로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는 강한 비와 한밤중 무더위를 유발했다. 7월 하순부터는 태풍에 의해 활발해진 대류현상 때문에 뜨거운 공기가 국내로 계속 유입됐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올여름은 장마철에는 집중호우가 내렸고, 더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극성을 부려 국민들이 많은 불편과 피해를 겪었다”며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마저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기상청은 철저한 감시와 분석 역량 강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여름철(6~8월) 평균 해수면온도(사진=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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