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는 조립산업..500여개 레시피 '풀'로 다양한 메뉴 선봬"

1세대 밀키트 '마이셰프' 임종억 대표 인터뷰
'환경공학도' 출신, "요리 쉽게 하자" 창업
식재료 DIY 개념 접목 '간편식 밀키트' 선봬
"밀키트-식품 공정 달라…최적화 설비 구축"
  • 등록 2021-07-05 오후 2:23:43

    수정 2021-07-06 오후 4:52:13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가정식(食) 필수템이 된 ‘밀키트’(meal-kit). 국내에 밀키트라는 개념이 자리잡히고 시장이 본격 형성된 것은 채 3년이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이를 내다보고 치밀한 연구와 사업을 구축해 온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 국내 최초 1세대 밀키트 전문기업 ‘마이셰프(MYCHEF)’다.

임종억 마이셰프 창업자 겸 대표이사.(사진=마이셰프 제공)
임종억 마이셰프 창업자 겸 대표이사는 5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밀키트는 식품이 아닌 조립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있는 식재료들을 잘 다듬고 조합해 디아이와이(DIY·Do It Yourself) 형태의 키트를 생산·판매한다는 개념에서다. 따라서 밀키트는 조립에 최적화한 연구와 설비가 핵심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10살 된 밀키트 기업 ‘마이셰프’ 3년만 매출 13배 ‘쑥’

마이셰프는 임 대표가 지난 2011년 6월 개인사업자 상호명으로 시작한 국내 최초 간편식(HMR) 밀키트 업체다. 창업 5년째인 2016년 6월 법인 전환하고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계기로 밀키트 수요가 크게 늘면서 사세가 빠르게 커져가고 있다. 현재 자사몰과 네이버,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 현대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 채널 60여곳을 통해 180여개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마이셰프의 전체 유통망을 통한 하루 평균 판매량은 약 1만 8000개다. 매일 180개 메뉴가 100개씩 팔려나가는 셈이다. 매출 역시 지난 2018년 36억원에서 지난해 276억원을 거쳐 올해 480억원(전망)까지 3년 만에 13배 이상 급증했다. 임직원 역시 창업 당시 3명에서 현재 총 220여명 규모로 늘었다. 직원들의 소속감을 통한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생산 도급직 인력들을 희망에 따라 이달부터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마이셰프가 빠른 성장을 이뤘던 배경에는 최근 코로나19 환경으로 먹거리 시장에서 밀키트가 빠르게 자리잡은 영향도 있지만 늘어날 수요를 내다보고 일찌감치 설비 투자와 연구를 통해 내실을 다져온 점이 꼽힌다.

임 대표는 스스로 문제 해결적으로 접근하는 ‘공학도’라고 말한다. 실제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과 LS전선에서 관련 업무를 해왔다. 그러던 그가 돌연 ‘요리’에 꽂혔고 잘 다니던 건실한 회사에서 지난 2010년 퇴사했다.

임 대표는 “평소 요리를 자주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매끼 요리는 귀찮다, 힘들다’고 흔하게 하는 말이 들리더라”며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공학도의 본능이 나도 모르게 꿈틀거렸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요리 쉽게 해보자”…식재료에 DIY 접목한 ‘키트’ 고안

그는 한창 인기몰이 중이던 DIY 가구에 착안, 준비된 식재료를 쉽게 조립해 요리할 수 있도록 하는 ‘먹거리 DIY 키트’ 사업을 구상했다. 당시만 해도 밀키트는 물론 간편식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 시대를 조금 앞서간 감도 없지 않았지만 먼저 하지 않으면 못한다는 생각에 바로 실행에 옮겼다.

임 대표는 퇴사 이듬해인 2011년 ‘마이셰프’라는 명칭의 개인사업자로 서울 종로구 명륜동 사무실에서 창업했다. 마이셰프 네이밍은 집에서 식사 준비를 간편하게 도와주는 ‘나만의 요리사’라는 제품 콘셉트를 담았다. 이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약 200㎡(60평) 규모 사업장으로 옮겨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2016년 법인 전환했다.

임 대표는 “시어머니 첫 생신상과 같은 정성이 필요한 생일상, 잔칫상, 집들이 등 음식에 대한 고민과 수요를 마이셰프 밀키트가 흡수하기 시작했다”며 “재료 손질의 수고를 덜어주다보니 반조리로 간편하면서도 직접 요리한 것 같은 만족도가 바쁜 젊은 워킹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사세가 빠르게 확장했다”고 말했다.

마이셰프 ‘채소가든’ 양장피(왼쪽)와 미나리 두루치기 밀키트 제품 연출컷.(사진=마이셰프 제공)
그해 미국 간편식 배송업체 ‘블루에이프런’이 부상하면서 국내 시장에 자극을 준 원동력도 있었다. 2017년 네이버가 자사 플랫폼 네이버쇼핑에 마련한 ‘푸드윈도’ 카테고리 중 하나인 ‘쿠킹박스’의 문을 새롭게 열면서, 마이셰프가 밀키트 대표 업체로 초기부터 참여한 효과도 따랐다.

밀키트 시장이 빠르게 커져가자 임 대표는 공장 규모와 설비 투자를 늘려 생산 여력을 미리 확보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100여곳 넘게 발품을 팔아 밀키트 생산에 적합한 설비를 갖춘 경기 성남시 성남산업단지로 2018년 확장 이전해 약 2000㎡(600평) 대지 규모의 ‘마이셰프 성남 제1공장’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해 초 인근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추가로 임차해 ‘마이셰프 광주 제2공장’까지 확보했다.

마이셰프는 확보한 생산 여력을 바탕으로 ‘밀키트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체계적인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를 통해 자체 ‘황금비율 소스’와 ‘500여개의 레시피’를 데이터베이스(DB) 개념의 ‘메뉴 풀(pool)’로 구축했다. 이를 여러 형태로 조합해 현재 마이셰프는 이미 180개가 넘는 밀키트 메뉴를 선보였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다양한 메뉴를 즉각 구현해낼 수 있는 빠른 확장 가능성을 갖췄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밀키트는 조립산업…최적화한 첨단 자동화 공정 구축”

마이셰프는 자체 메뉴 풀을 활용해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콩고기를 활용한 채소 식단 밀키트 ‘채소가든’ 라인업을 새롭게 선보였다. 최근 대체육과 비건(vegan·채식주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다. 기존 마이셰프의 베스트셀러 제품을 구성 재료만 콩고기와 채소 위주로 대체 조합해 재빨리 선보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올 연말 경기 성남시 성남산업단지에 준공 예정인 마이셰프의 ‘첨단 자동화 자가 공장’ 투시도.(사진=마이셰프 제공)
마이셰프의 현재 최대 중점 사업은 ‘첨단 자동화 프로세스’ 구축이다. 기존 수작업 위주의 노동집약적인 밀키트 생산 공정상 비효율성을 해결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성남산업단지 내 약 3300㎡(1000평) 규모 부지를 직접 매입해 설립 중인 밀키트에 최적화한 마이셰프 첨단 자동화 자가 공장이 창립 10주년인 올 연말 문을 연다. 지난 10년간 겪었던 시행착오와 치밀한 설비 연구 끝에 생산 효율성을 기존의 우수한 가공식품 공장 대비 80~90% 수준까지 대폭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식품과 밀키트 제조 설비는 서로 개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공간 설계부터 공정 흐름까지 모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최적화한 첨단 자동화 공정으로 인력·생산·품질 효율화를 이루고 이를 해외에 플랜트 수출 및 자체 브랜드 진출을 통해 전 세계 밀키트 시장의 ‘표준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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