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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업장 근로감독시 성희롱 점검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14일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간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 발생한 사내 성폭력 등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신고건수는 2012년 263건에서 2014년 519건, 2016년 556건, 올해 10월까지 532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우선 사업장 점검 시 근로감독의 유형(장시간근로, 비정규직, 업종별 감독 등)에 관계 없이 모든 근로감독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 분야를 포함하도록 할 계획이다. 근로감독관이 감독하는 성희롱 분야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여부와 성희롱 발생시 사업주 조치 여부 등이다.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상담 및 신고절차를 노사단체, 여성단체 등과 협조해 집중 홍보할 예정이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신고를 위한 기초상담은 고용부 고객상담센터(대표전화 1350) 또는 전국 고용평등상담실(15개소)에서 상담·지원한다.
또 지난 9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현행 과태료 수준을 상향한다.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과태료 벌칙을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사내 전산망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이버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근로자들은 이 센터를 통해 익명으로 신고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내에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사이버 신고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희롱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시 3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돼 있는 노사협의회(5만여곳)를 활용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대책을 논의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법령과 정보를 일반 직장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카드뉴스 형태로 제작해 이날(14일)부터 보급한다.
이밖에 사건 발생 시 관리자, 피해자, 제3자 등 주체별 대처요령이 담긴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안내서’를 마련해 확산시킬 예정이다. 또 민간의 미투(ME, TOO) 캠페인, 스피크아웃(SPEAK OUT) 행사 등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밝히는 활동에 대해서도 지원할 방침이다.
여성단체 “신고한 피해자 구제가 먼저”
여성단체들은 사업장 근로감독을 강화한다는 것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이번 대책에 대해서는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근로감독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신고 대상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지금까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시 국가인권위 등에서 다뤄왔고 고용노동부는 잘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근로감독관의 자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또 사이버 신고센터가 만들어진다면 피해 당사자 뿐 아니라 목격자(제3자)도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 대상 폭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도 앞으로 보다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희롱 근절은 단순히 여성보호를 넘어 근로자 인격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많은 기업들이 이같은 의식이 부족하다”면서 “성희롱 및 성폭행 사건이 터지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사업주가 깨닫고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하는 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보니 정부가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과태료나 형벌을 높이는 등 기업에 자극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성희롱 근절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