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에 뛰어드는 개미들…다시 부는 정치 테마株 광풍(종합)

반기문 대선 불출마 선언에 한창·일야 등 일제히 하한가
여권 황교안·유승민, 야권 문재인·안철수·안희정 관련株↑
금융당국, 단일가매매 등 대응 예고…“투자 유의해야”
  • 등록 2017-02-02 오전 11:59:27

    수정 2017-02-02 오후 2:40:34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를 계기로 주식시장이 또 다시 정치권 테마주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효용 가치가 사라진 ‘반기문 테마주’가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한 반면 반사이익을 얻게 된 다른 대선주자들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종목들에 ‘묻지마 투자’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테마주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금융당국은 단일가매매 등 조치를 통해 시장 안정에 나설 예정이다.

“반기문 사라졌다” 유력 대권주자株 급등

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42분 현재 파인디앤씨(049120), 일야(058450), 보성파워텍(006910), 광림(014200), 한창(005110), 케이씨피드(025880), 씨씨에스(066790), 동양물산(002900), 와이비엠넷(057030), 성문전자(014910), 큐캐피탈(016600), 지엔코(065060) 등 주가는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며 하한가를 나타내고 있다. 큐로홀딩스(051780), 부산주공(005030), 서원(021050), 휘닉스소재(050090), 제룡전기(033100), 큐로컴(040350), 쌍방울(102280) 등도 낙폭이 크다. 이들 종목은 유력 대권 후보로 낙점된 반 전 총장과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얽히면서 시장에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 업체들이다.

전날 반 전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사라진 투자자들이 일제히 매물을 내놓고 있는 양상이다. 기자회견이 장 마감 무렵에 이뤄져 장중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반기문 테마주들이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이날 급락을 예고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 대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여권 대선주자로 부각되자 그와 연관된 테마주들이 등장하면서 매수세가 급속도로 유입되는 양상이다. 황 권한대행과 학연 등으로 연관이 맺어진 국일신동(060480)을 비롯해 인터엠(017250) 등이 10~20%의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여권 대선후보 유승민 의원 테마주로 분류된 세우글로벌(013000), 대신정보통신(020180), 삼일기업공사(002290) 등도 크게 오르고 있다.

정권 교체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의 테마주도 주목 받는 양상이다. 문재인 테마주로 인식되는 대성파인텍(104040) 주가가 10% 가까이 상승세인 것을 비롯해 우리들휴브레인(118000), 바른손(018700), 우리들제약(004720) 등도 상승세다. 안철수 테마주 써니전자(004770)·안랩(053800)과 안희정 테마주 대주산업(003310), 백금T&A(046310) 등에도 매수세가 몰리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테마주 집중 감시…시장조치 준비”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시장 질서를 교란하기 위한 어떤 악의적 세력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는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계자는 “누군가가 악의적 풍문을 허위로 유포하고 있다기보다는 유력 정치인과 관련해 기존에 알려졌던 내용들이 반복되면서 관심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불학실한 정국에서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를 계기로 정치 테마주 열풍이 다시 불 수 있어 적절한 대응을 해나갈 방침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급등하며 다수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종목의 경우 시장 조치를 통해 관리를 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한국거래소는 이상급등종목 신속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이르면 다음주부터 일부 이상급등종목에 대해 단일가매매를 적용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일부 선정·관리하는 이상급등종목 중 주가가 오름세가 지속될 때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단일가매매란 30분간 주문을 모아 가장 많은 거래가 체결되는 가격으로 일시 이뤄지는 방식이다. 현재 시장경보는 △투자주의종목 △투자경고종목 △투자위험종목 지정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심한 경우 매매거래 정지가 적용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테마주에 관여하는 투자자들의 매매행태를 보면 먼저 소량을 매수해 주가를 띄우는 방식이 많기 때문에 일시 매매거래 정지보다 단일가매매가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테마주로 분류됐다고 해서 해당 종목들의 거래를 모두 원천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결국 기업 자체에 근거한 합리적인 판단만이 위험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승우 금감원 특별조사국 팀장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설령 사실이라도 주가 상승을 위해 유인하는 행위들을 펼칠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테마주라는 이유로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주가 급등락에 따른 피해를 막으려면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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