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방안 나올까 2000년대 초반 국내 신평사들이 독자신용등급을 표시한 적이 있었다. 신평사들이 자발적으로 계열배제 등급을 공개했지만,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가져다주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년이 채 안 돼 폐지되고 말았다.
올해 금융당국이 도입 방침을 밝힌 독자등급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있지 않다. 오는 9일 금융위원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신용평가 제도개선` 공청회를 통해 밑그림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은 우선 그룹 계열사부터 독자등급을 발표하고, 공기업과 금융기관은 추후 단계적으로 공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자등급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두가지 안으로 압축된다. 국제신평사처럼 계열사 지원이 없는 독자등급을 부여하고, 그룹 지원 여력 등을 반영한 등급을 함께 공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갑`그룹내 `을`계열사의 독자적 등급은 `BBB`이지만, 그룹 지원가능성을 고려해 실제 을의 등급을 `A+`로 매기는 식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각기 다른 방법론을 갖고 있어 등급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클 것"이라며 "기존 등급과 같은 체제로 독자등급을 부여하면 투자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표시 방식으로 가는 것도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별도의 분류체계를 가져갈 경우 독자적 신용등급과 지원가능성을 반영한 등급간의 격차, 상대비교가 어려울 수 있어 독자적 신용등급 도입 취지가 다소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우리 회사채 시장의 가장 큰 약점은 기업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라며 "독자신용등급 도입으로 정보 공개 범위가 넓어지면 장기적으로 수요기반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자적 등급이 도입될 경우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고려한 등급과 차이가 큰 기업일수록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개별 등급이 낮을수록 재무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더 높은 금리(더 싼 채권값)를 주고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은행, 대기업 등의 입김에 휘둘리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부여 현실을 감안하면 독자적 신용등급 도입에는 상당히 많은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공기업과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독자등급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2년전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불거진 공기업과 지방공사의 채무상환에 대한 의구심을 감안하면, 이들의 독자등급 논의가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가능성을 배제하면 재무상태가 취약한 공기업과 은행이 수두룩하다"며 "은행의 독자 재무건전성 등급(BFSR)은 현재도 방법론에 따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만 하면 즉시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