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콜센터 민간위탁 용역업체 소속인 상담사 권경미씨는 2021년 ‘교육자 명단’을 보고 놀랐다. 오래전 퇴사한 직원과 육아 휴직자가 교육을 이수한 걸로 서명돼 있었기 때문이다. 민간위탁업체가 퇴사자 등을 총동원해서 인력 부풀리기를 한 걸로 의심됐다. 업체는 부풀려진 인력을 국세청에 보고하고 실제 인원보다 많은 인건비를 챙겼다.
업체는 배를 불렸지만 직원들은 더 큰 부담을 떠안았다. 권씨는 “60명이 상담한다고 인원을 속이고 실제로는 40~50명이 일을 했다”며 “10명 이상 차이가 나는 인원을 감추기 위해 연차사용 제한과 실적 압박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 목표 콜을 채우지 못하면 다음날에 휴식시간을 갖지 못하게 했고, 전화량이 많은 때에는 연차를 내지 못하게 했다”며 “육아휴직을 원하는 상담사에겐 퇴사하고 육아에 전념하라고 막말을 했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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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공공기관 콜센터 민간위탁 계약기관 전수조사 결과 및 불법파견·중간착취 현장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에서 5년째 상담사로 근무 중인 김윤숙씨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수년간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지만 2년에 한 번씩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근속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김 씨가 한 달에 손에 쥐는 임금은 183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원청인 재단의 이사장 등이 바뀔 때마다 상담사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십수 명이 강제 퇴사를 당하거나, 근무지가 바뀌어 왕복 4시간씩 출퇴근하는 상담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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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3개사, 전체 시장의 절반…“부조리의 원인”
공공기관 콜센터에서 이 같은 부조리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독과점이다. 현재 공공기관 콜센터 민간위탁계약 절반 이상은 상위 3개사가 독점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불법파견과 중간착취를 조장한다는 게 서비스연맹의 주장이다.
실제 서비스연맹이 이날 발표한 ‘공공기관 콜센터 민간위탁 계약현황 전수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7~2022년) 163개 공공기관이 민간위탁 방식의 콜센터를 운영했다. 124개 민간업체가 콜센터 시장에 참여, 전체 계약금액은 1조 7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서비스연맹 조사에 따르면 전체 124개 업체 중 효성ITX, KTis, KTcs 등 상위 3사의 시장 점유율은 51.4%였다.
강은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공공기관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원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소속사가 바뀌어 고용불안은 물론이고 근속연수 등이 초기화되고 장기간 계속 근무해도 급여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콜센터를 직접고용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