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고 규탄했고, 2차 출석 과정에선 “오늘은 증거를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며 날을 세웠다.
실제로 검찰은 해당 의혹을 2년 넘게 수사했지만, 이 대표가 송금을 지시했음을 드러내는 ‘물증’은 알려진 게 없다. 대북 송금이 경기도와 쌍방울 윗선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점, 돈을 받은 북측 관계자를 불러 구체적인 경위를 캐물을 수 없는 점, 사건이 발생한 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지난 점 등으로 증거확보에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대북 송금 관련해 김 전 회장과 수차례 접촉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나 몰래 독단적으로 대북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송금 과정을 보고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의 존재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다만 일각에선 검찰이 수사 전략 차원에서 증거 노출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출신 변호사는 “소환조사는 피의자가 검찰의 수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며 “중요한 증거를 미리 드러내면 피의자는 공판 전에 그와 연관된 다른 증거들을 인멸하고 방어논리를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검찰과 이 대표의 승부처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이달 중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유력하다고 보는 가운데, 단식으로 악화된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잇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