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자사주 소각·깜깜이 배당 개선…“주주가치 제고”(종합)

제32기 정기 주주총회 개최…장동현 사내이사 재선임
일부 주주 “200만원 간다던 주가, 경영진 책임 져야”
5개 안건 원안 통과…‘주주 간담회’ 개최해 전략 설명
“안정적 재무 구조 토대로 위기 속 기회 적시에 선점”
  • 등록 2023-03-29 오후 2:35:19

    수정 2023-03-29 오후 2:41:13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SK그룹의 투자형 지주회사 SK㈜가 지난해 사들인 약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한다. 또 이른바 ‘깜깜이 배당’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배당액을 확정한 뒤 배당 기준일을 설정하기로 했다. 일부 주주들이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주가 하락에 불만을 제기하자 이를 잠재우고자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SUPEX Hall)에서 열린 ‘제3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
장동현 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일부 주주 ‘반대’

SK(034730)㈜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제3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사들인 자기주식 1.3%(보통주 95만1000주·1997억6300만원 규모)를 모두 소각한다고 밝혔다. 소각 예정일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된다. SK㈜ 측은 이번 자사주 소각 방침에 대해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약속한 주주환원 정책을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날 주주총회에선 배당일 관련 정관 변경 안건도 통과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SK㈜는 배당액이 확정된 이후 배당 기준일을 설정한다. 현재까진 회계연도 마지막 날(중간배당은 7월1일 0시)을 배당 기준일로 정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배당액을 모르는 채로 투자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SK㈜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일부 주주들의 반발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SK㈜의 일부 주주들은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근 몇 년간 회사 주가가 크게 하락했는데도 장 부회장 등 경영진들은 고액의 성과급을 챙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장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장 부회장이 2년 전 2025년까지 주가를 200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날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는 38% 떨어졌다”며 “2025년까지 2년 남은 상태에서 경영진으로서 주가를 약속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25%를 모두 소각해달라는 게 소액주주들의 요청”이라고도 강조했다.

다만 이날 SK㈜가 주주총회에 내건 장동현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일부 주주들의 반대에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 밖에 △재무제표 승인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박현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 외국변호사의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안건도 원안대로 처리됐다.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SUPEX Hall)에서 열린 ‘제3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
주주 간담회 진행…“주주가치 도움되도록 자사주 처리”

SK㈜는 이례적으로 주주총회 이후 주주 간담회를 진행하고 올해 주요 사업 성장 전략을 주주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장 부회장은 “높은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전문회사로서 안정적 운영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하겠다”며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변화와 위기 속에서 발생할 기회를 적시에 선점할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형 사장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더 많이 소각해달라는 한 주주 요청에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선 소각 후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시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많이 고민하는 부분으로, 회사는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사주 관련 업무를) 추진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일부 주주가 장 부회장 등이 자사주를 상여금으로 받은 점을 문제 삼자 “현금에 더해 자사주를 추가로 지급하는 개념이 아니라, 책정된 상여금 일부를 현금 대신 자사주로 준 것”이라며 “회사 자산(현금)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올해는 재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 환경변화 대응에 주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SK㈜는 차세대 기술에 선제 투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우선 반도체 소재에선 △CIS(광신호를 이미지로 변화하는 반도체)용 컬러소재 △EUV(극자외선) 포토 소재 △어드밴스드 패키징(Advanced Packaging) 소재 영역으로, 배터리 소재에선 △차세대 양극재·음극재 △리튬메탈 배터리 △탄소나노튜브 등 차세대 소재 영역으로 투자를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SK㈜는 △탄소 배출 축소·제거 관련 사업 기회를 발굴해 투자하고, △고성장이 기대되는 항암제,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신규 유망 기술에 선택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디지털 부문에선 △전기차 충전 등 모빌리티 영역에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인공지능(AI), 탈중앙화 인터넷 웹3(Web3)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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