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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T는 팔과 다리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되고 사지 형태가 변형돼 일상생활이 불가한 병이다. 뇌 신경에서 뻗어 나온 축삭돌기나, 축삭돌기를 둘러싼 지방질 성분인 수초의 단백질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발병 시기는 다양하고 질환은 서서히 진행된다. 인구 2500명 중 1명꼴로 생기는 희소 질환으로, 전 세계에 280만 명의 환자가 있다.
그러나 아직 치료제는 없다. 정확한 발병 기전을 특정하기 어려워서다. 지금까지 질병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원인 유전자만 90개 이상이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발간한 ‘신경계 희귀질환의 신규 바이오마커 및 맞춤형 치료기술 개발 중개연구센터 최종보고서’를 통해 “CMT 치료에 질병 유형이나 진행 정도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대중적인 치료제가 처방되는 경우가 있으나 치료 효과가 매우 낮거나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종근당(185750)은 케미컬(합성의약품) 신약, 툴젠과 헬릭스미스(084990)는 유전자 치료제로 승부를 본다. 종근당은 축삭 손상을, 툴젠은 수초 손상을 막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헬릭스미스는 근육 조직 재생 등에 집중한다. 종근당과 툴젠은 해외에서, 헬릭스미스는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하거나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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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는 툴젠도 CMT 시장을 노린다. 툴젠은 자체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CMT 신약 물질 ‘TGT-001’에 대한 미국 전임상 단계에 올해 진입했다. CMT 환자 약 50%인 CMT1A형 환자가 타깃이다. CMT1A는 말초신경 수초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PMP22 유전자가 복제돼 2개에서 3개로 늘어나고, 이것이 단백질 과발현을 초래하면서 생긴다. 툴젠은 유전자가위로 이를 교정해 단백질 발현량을 조절한다.
툴젠 관계자는 “유전자가위를 직접 몸에 집어넣는 체내 전달 시스템 인비보 방식을 이용한다. CMT 중에서도 환자가 가장 많은 CMT1A형을 대상으로 약물을 개발 중이지만,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으면 (다른 유형으로)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툴젠은 미국 최대 CMT 환우회와 임상 진행 관련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2023년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근 헬릭스미스는 CMT 국내 임상 1·2a상 주요 분석 결과(탑라인 데이터)를 내놓았다. 회사에 따르면 CMT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유효성 지표인 FDS(기능장애척도)와 ONLS(전반적 신경장애한계 척도)를 관찰한 결과 평균 변화량이 0.58, 0.33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근본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에 초점을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헬릭스미스 IR 관계자는 “CMT1A형 환자가 CMT 환자 중에서는 가장 많아 우선 타깃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임상 1상에서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평가하며 부평가지표로 유효성을 보는 절차를 거쳤는데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미국, 유럽 등으로 임상 규모를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CMT는 삼성가 유전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부인 박두을 여사가 이 질환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들인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고(故) 이맹희 전 CJ 명예회장도 이 병에 걸렸다. 손자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손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투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