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수 모범 가게라더니…백년가게, 10곳 중 1곳 '불량' 적발

업력 30년 이상 '모범 소상공인' 백년가게
636곳 중 61곳이 식품위생법 등 규정 위반 드러나
과징금·영업정지 처분 점포도 13곳
지정 취소 규정 미비로 '경고' 처분 그쳐
  • 등록 2021-09-27 오후 3:07:28

    수정 2021-09-28 오후 10:25:57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은 소상공인 점포에 대해 정부가 선정하는 ‘백년가게’ 10곳 중 1곳은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백년가게 전수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선정된 백년가게 636곳 점포 중 61곳이 최근 3년(2017~2020년)간 식품위생법 등 법·규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과징금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업체도 각각 7곳과 6곳으로 드러났다.

백년가게는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업력 30년 이상 점포를 대상으로 제품·서비스의 차별성이나 영업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서울 ‘태극당’, 대전 ‘성심당’, 원주 ‘진미양념통닭’, 군산 ‘이성당’, 부산 ‘내호냉면’, 통영 ‘거구장갈비’ 등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점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 2018년 6월부터 선정을 시작해 지난 8월 기준 총 1022곳이 선정됐다.

정부는 백년가게로 선정된 점포에 인증서와 현판을 포함해 온라인 판로개척과 홍보, 전문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중기부와 소진공은 올해 지원 예산으로 약 60억원을 편성했다. 최근에는 이마트, 프레시지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백년가게 식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온·오프라인 판로 개척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자료=중기부, 권명호 의원실)
그러나 지난해 중기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백년가게로 선정된 일부 점포들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년가게 음식점 400곳 중 63곳(16%)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소 내 도박’과 ‘도박 방조’로 각각 과징금과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곳도 있었다.

이에 중기부와 소진공은 지난해 11월 백년가게로 선정된 636곳 점포를 대상으로 식품위생 관련 행정처분을 포함해 산업재해, 임금체불, 불공정행위 등 이력이 있는지 전수조사를 벌였다. 중기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식품위생법 등 법규를 위반한 업체 61곳을 식별하고, 과징금 이상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 13곳에는 ‘경고’ 조치했다.

문제는 이처럼 다수 백년가게가 기본적인 규정조차 지키지 못하고 과징금이나 과태료, 영업정지, 시정명령 등 이력이 있음에도 중기부는 경고 조치 외에 별다른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중기부와 소진공은 법 위반 사안이 무거운 경우 백년가게 지정 취소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관련 규정 미비로 지정 취소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현재 부적격 업체는 백년가게 신규 선정을 제외하고 있으며, 식품위생법 관련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선정을 취소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며 “백년가게 관리 감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권명호 의원은 “최소한의 식품위생 관련 기준조차 지키지 못한 업체에 제재를 하거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없는 부실한 관리 감독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갔다”며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는 정책 개발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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