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총선 이후 12월 증권거래소 출범
마웅 마웅 테인 미얀마 재무차관은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12월 첫째 주나 둘째 주에 증시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얀마에는 장외거래(OTC) 방식의 미얀마증권거래센터(MSEC)가 있지만 등록기업은 단 2곳에 불과하고 거래도 많지 않아 사실상 없는 시장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미얀마 정부는 MSEC를 개편해 첨단 정보기술(IT) 기법을 적용한 공식 증권거래소 설립을 추진해왔다. 지난 2013년 7월 증권거래법 2013을 제정하고 증권거래 감독기관 미얀마증권거래위원회(SECM)를 발족했다. 미얀마 국영은행인 미얀마경제은행(MEB)이 51%를 출자하고 일본 다이와증권그룹이 30.25%,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그룹이 18.75%를 투자해 사실상 최초인 양곤증권거래소(YEX)를 설립했다.
미얀마는 증시 개장을 당초 이달로 잡았지만 총선이 11월 8일로 잡혀 그 이후로 연기했다. 미얀마가 지난 2011년 신(新)정부 출범으로 민주화에 나선 이후 처음 실시되는 총선인 만큼 대형 정치 이벤트를 넘기고 나서 상황이 안정되면 시작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테인 차관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증권시장 출범을 확신한다”며 “누가 선거에서 당선되든 자유시장 경제를 막거나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기관들을 훼손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얀마는 초기 증시 상장기업을 10개 내외로 정하고 기업공개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검토작업에 들어갔으며 이들 대부분이 전력회사나 교통, 농업 부문 기업으로 알려졌다.
기업들도 증시 상장에 관심이 크다. 윈 아웅 미얀마 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열린 양곤증권거래소 설명회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2개 기업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퍼스트 미얀마 인베스트먼트(FMI), 아시아 그린 개발은행(AGDB), 미얀마농업공기업(MAPCO) 등도 상장 의지를 내비쳤다. 미얀마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캄보디아와 라오스 증시가 상장사 2~4개 수준으로 개점휴업 상태지만 미얀마는 상장 가능한 기업이 20여 개에 달해 순조로운 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에서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
미얀마 증시가 문을 열면 신흥국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는 지난 5월 기준 인구 5148만명이며 이 가운데 가용 노동인구는 3298만명에 달한다. 국토 면적은 남한의 약 6배이고 주로 농업, 임업, 광업 등 1차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11년 오랜 군부 독재로 꽁꽁 닫아놨던 빗장이 풀린 이후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올해 미얀마 경제성장률은 8.32%다. 인프라 투자 확대와 원자재 수출 증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관광객 증가 등이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테인 차관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풍부한 자원, 젊은 노동력 등이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라며 “다른 신흥국과 달리 우리는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올해 9%가 넘는 물가상승률 우려, 부동산 값 상승, 무역적자 확대 등 단기간 성장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고 외환보유액이나 외환관리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또한 민주화 이후 정치상황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리스크다. 오는 11월 총선에서 현재 집권 여당 통합단결발전당(USDP)과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주의민족동맹(NLD)이 맞선 가운데 NLD 승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증시가 출범해도 외국인 투자가 가능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얀마 회사법에 따르면 미얀마인이 100% 지분을 가진 기업만 상장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증시 참여는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미얀마 정부는 일부 기업에 대해 외국인 지분이 30% 이내일 경우 국내 회사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은 회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테인 차관은 이 개정안이 내년 초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