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어머니가 위패와 영정 없이 헌화가 이뤄진 분향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유가족은 “그런 분향소를 보셨느냐”고 물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022년 11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
|
2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 이후 처음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은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현장에서는 희생자 5명의 유가족이 직접 참석했다. 유가족들 자리에 놓인 임시 명패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모두 공개됐고, 유가족들은 희생자들 영정을 손에 든 채 자리에 앉았다.
이들은 참사와 관련한 입장을 저마다 밝혔고,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도 요구했다. 기자 질의까지 마친 뒤 한 유가족은 발언을 청하고 나서 위패와 영정 없이 운영된 분향소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희생자 어머니인 A씨는 “명단 공개에 따른 2차 가해 기사를 읽었다. 그쪽으로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 말씀이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2차 가해라고 하셨다”고 했다. 앞서 일부 독립매체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부적절성을 지적한 전문가 의견을 거론한 것이다.
A씨는 “그 전에 저희들 동의 없이 분향소에 위패 없고 영정 없는 분향소를 봤을 때, 그 또한 저한테는 2차 가해였다”고 말했다. A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한마디도 그거(영정, 위패가 없는 것)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말씀해주신 분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장례 치르고 분향소에 윤석열 대통령님, 그 앞에 교복 입은 학생이 무릎 꿇고 통곡하는 걸 봤다”며 “그게 분향소가 맞나요? 그런 분향소를 보셨나요? 저는 못봤다”며 울먹였다.
참사 후 운영된 분향소에 위패와 영정이 없는 상황에 대한 지적은 전날 국민의힘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던 다른 유가족을 통해서도 나왔다. 유가족 B씨는 간담회를 마친 뒤 “책임질 사람은 하나도 없고, 진솔한 사과도 없었다”며 “그동안 분향소에 꽃만 가져다 놨지, 역대 어느 분향소가 위패 없는 분향소가 어디에 있느냐”고 따졌다.
B씨는 “정치인이 됐든 참사가 났든 (위패, 영정은) 다 하지 않았나. 문제가 되지 않았지 않느냐”며 유독 이번 참사에서 위패와 영정이 빠진 분향소가 운영된 이유를 물었다.
|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은 한 학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희생자 명단 미공개, 영정과 위패 없는 분향소 운영 문제는 참사 직후부터 논란이 됐고 몇몇 독립매체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명단 공개를 한 매체들은 정부가 추모 분위기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희생자 영정과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했다. 과거 대부분의 대형 인명 사고에서 실종자 확인 차원에서도 정부가 언론을 통해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던 것과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다만 정부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유족 동의 없이 이루어지면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명단을 공개한 매체들에 대해서는 일부 고발조치까지 이뤄져 경찰도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