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캥거루가 그려진 베레모는 영국 브랜드 캉골(KANGOL)의 대표 상품이다. 캉골은 작년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에 모자를 착용하고 나오면서 대중적 유명세를 탔다. 덕분에 캉골을 전개하는 에스제이그룹은 코로나19로 패션 업계가 어려운 가운데도 선방에 성공했다.
| 방탄소년단 뷔(둘째)가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에서 캉골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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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제이그룹은 캉골을 중심으로 신규 브랜드인 ‘르콩트 드콩트(LCDC)’와 팬암을 성공적으로 론칭해 중견 패션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방침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스제이그룹은 작년 대비 37% 성장한 1468억원 매출액과 같은 기간 55% 성장한 2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캉골과 캉골키즈의 합계 매출액은 처음 연간 1000억원을 돌파가 확실시된다.
캉골은 코로나19에 스트리트 패션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수혜를 입었다.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MZ세대가 캉골 모자와 의류, 가방 등을 즐겨찾은 덕분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일상룩’으로 캉골 모자를 쓴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최근에는 스트릿우먼파이터에 출연한 홀리뱅의 허니제이가 착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캉골은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으로 꾸준한 효과를 봐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약 850억원으로 전망된다.
2018년 론칭한 캉골키즈도 새로운 효자 품목이다. 몇 년 사이 출산율이 줄어들고, 한 자녀 가정이 늘면서 자녀에 대한 지출이 늘어난 까닭이다. 특히 캉골은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이 어린 자녀와 커플룩으로 맞춰 입기에도 적합하다. 이 덕분에 올해 캉골키즈 매출은 전년(151억원) 대비 2배 성장한 300억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100%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명품 모자 브랜드 헬렌카민스키도 명품 수요 확대에 올해 25% 성장한 29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에스제이그룹은 단일 브랜드 의존도를 높이지 않기 위해서 캉골 외에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이주영 에스제이그룹 대표의 전략이다. 온·오프라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실적을 단기에 끌어올리면 브랜드 가치가 손상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첫 자체 브랜드인 LCDC를 최근 론칭하고, 내년 팬암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 에스제이그룹이 지난 3일 성수동에 오픈한 공간플랫폼 ‘LCDC 서울’ 전경(사진=에스제이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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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제이그룹은 지난 3일 서울 성수동에 공간플랫폼 ‘LCDC 서울’을 오픈했다. 1층은 카페 이페메라가 있고, 2층은 패션&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샵 르콩트 드콩트가 들어선다. 3층에는 6개의 독립 브랜드를 유치했다. 르콩트 드콩트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우리의 삶의 이야기와 그 속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여행 이야기를 패션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LCDC는 과거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하티스트 편집숍을 총괄했던 이경화 이사가 담당하고 있다.
내년에는 20세기 초반 미국 최대항공사였던 팬암의 상표권을 패션 브랜드로 전개한다. 긴 역사와 도전의 상징이었던 팬암을 리브랜딩하는 작업은 VF코퍼레이션, 언더아머 등을 거친 전성준 상무가 담당하고 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캉골키즈의 약진 덕분에 에스제이그룹은 올해 4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며 “캉골 키즈의 약진에 LDCD까지 연착륙한다면 내년에도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