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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입시업체 이투스·메가스터디 등이 수험생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정답률 결과에 따르면 한국사 영역에서 1번 문항 정답률은 98%나 됐다. 해당 문항은 `지금 보고 있는 유물은 OOO 시대에 제작된 뗀석기이다. 이 유물은 사냥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고 설명한 뒤 이에 해당하는 유물 사진이 무엇인지 물었다. 정답은 1번 주먹도끼다.
수험생 98%가 해당 문제를 맞출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사 학습 유무와 상관없이 사진만 잘 살펴봐도 답을 맞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설명에 `뗀석기`라는 힌트가 언급돼 있어 돌로 만들어진 유물이 정답이란 것을 알 수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선택지는 1번뿐이다. 비파형 동검·덩이쇠·앙부일구·상평통보 등 나머지 선택지는 육안으로만 봐도 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3점짜리로 배점도 높아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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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보다 먼저 20번 문제가 `보너스 문제`란 지적을 받았다. 해당 문제는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1992년 1월 발표한 담화문을 제시한 뒤 노태우 정부에서 이뤄진 정책을 선택하는 문제였다. 정답은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했다는 5번이다. 다만 나머지 1~4번 선택지가 현대사와 거리가 멀어 수험생 대다수가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선 `문제를 너무 대충 만든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 문제의 정답률은 96%로 추정됐다.
수능 한국사 영역의 쉬운 난이도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사 영역은 지난 2017학년도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학습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한국사 영역의 1등급 비율은 △2017학년도 21.77% △2018학년도 12.84% △2019학년도 36.52% △2020학년도 20.32%에 달했다. 4% 내외인 상대평가 1등급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사 교사 문모(33)씨는 “학습 경감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번 문제는 출제·검토 위원들이 수능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갖췄는지 궁금할 정도로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국사 교사로서 분노와 허탈감이 든다”고 했다. 한국사 교사 조모(35)씨도 “절대평가 이후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능 한국사의 응시 여부만 확인하는 등 자격고사화 되면서 난이도가 점점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그동안 한국사 난이도가 비정상적으로 낮게 설정돼 있었는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터질 게 터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