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영란법 수정안에 대한 우려 깊이 새겨야

  • 등록 2014-11-26 오후 3:42:26

    수정 2014-11-26 오후 3:44:19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중략)…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의 직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해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한다.”

정부가 2013년 8월 발의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제안이유에 나온 구절이다. 김영란법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공직자 부패·비리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이름을 따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제정 법안이다.

권익위가 지난 24일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김영란법을 일부 수정한 검토안을 보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정안은 부정청탁의 개념을 제한하고, 부정청탁의 예외사유를 확대하는 한편,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의 ‘의무신고’ 규정을 ‘임의신고’로 바꾸는 등 원안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익위가 수정안을 마련한 이유는 지난 4~5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 원안이 ‘범위가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정안에는 부정청탁의 개념에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이란 포괄적 표현이 삭제되면서 자의적 해석이 끼어들 여지를 없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부정청탁의 예외사유가 4개에서 7개로 늘어나고, 처벌도 1회 청탁시 제외되는 등 빠져나갈 구멍이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예외사유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란 모호한 내용이 추가되면서 ‘자의적 해석’을 할 여지가 오히려 생겼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11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추인 받지 못한 ‘혁신안’을 떠올리게 한다. 의원들은 정치인 출판기념회 금지, 무노동 무임금 추진, 내년도 세비 동결 등 내용을 담은 혁신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반발하며 추인에 반대했다.

정치권은 지난 2012년 총·대선 과정에서 불어 닥친 ‘정치개혁’ 바람에 잇단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현실화된 건 하나도 없다. 김영란법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국민들이 김영란법의 입법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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