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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021년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이같은 골자의 대기업집단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급식·주류 부당 내부거래 시정’ 명시
공정위는 보도자료에 ‘급식·주류 등 국민생활 밀접 업종을 중심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시정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두 분야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됐고 조만간 제재에 착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급식 분야 부당내부거래는 삼성그룹의 웰스토리 지원 혐의를 의미한다. 공정위는 2018년 7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웰스토리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섰다. 이후 2여년간 삼성그룹이 단체급식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회사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부당지원을 했는지 여부를 따졌고 혐의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기준 웰스토리는 매출(1조8114억원) 중 39.1%(7096억원)를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 대부분 수익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올리고 있어 부당지원 혐의가 짙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주류분야 부당내부거래 제재 대상은 롯데그룹이다. 공정위는 롯데칠성(005300)음료가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지주 자회사에 부당지원한 혐의에 대해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롯데칠성음료가 마주앙 등 롯데가 제조하는 와인을 판매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MJA와인과 상당한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이 MJA와인에게 싸게 와인을 공급했고, MJA와인이 이를 시장에 팔면서 부당하게 이익을 착취했다는 것이다.
삼성과 롯데 외 SK그룹에 대한 부당지원 및 총수일가사익편취 제재를 끝으로 공정위는 사실상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는 대림 효성(004800) 태광(023160) LS(006260)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한화(000880) 등 14개 기업집단에 칼을 댔다.
공정위는 앞으로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대한 추가 조사보다는 중견그룹에 대한 감시에 나설 전망이다. 중견그룹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감시망이 소홀하다보니 소유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부당한 내부거래가 상당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신 부위원장은 “국세청, 금감원 협업을 통해 속도감 있게 중견기업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감시 및 조사를 추진하겠다”면서도 “대기업도 혐의가 있으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물류와 SI업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일감나누기를 유도할 계획이다. 1분기에 물류 일감나누기 자율준수 기준을 마련하고 이어 SI업종에 대한 기준도 세울 계획이다.
공정위가 이같은 방안을 고려한 것은 조사의 한계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총수일가 경영승계를 위해 SI 및 물류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를 활용했다는 의심에 칼을 꺼내들었지만 번번이 헛손질로 끝났다.
SK C&C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지난해 한화S&C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착수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가 이들 업종의 부당지원 혐의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계열사들이 웃돈을 주고 거래했다는 증거를 포착해야 하지만, 인건비가 대부분인 서비스업 특성상 정상가격을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물류, SI업종에 대해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일반화하긴 무리다”면서도 “일감 개방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베스트프랙틱스(모범관행)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