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지나도 전공의 빈자리…환자도, 전임의도 "지쳤다"[르포]

전공의 집단 이탈 2주째 이어져
환자·보호자·의사 한목소리로…피로 호소
5060 교수들도 당직 투입
과도한 업무에 의료 공백 우려 고조
  • 등록 2024-03-04 오후 2:46:58

    수정 2024-03-04 오후 4:05:16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의 집단 이탈이 2주째 계속되면서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과도한 업무에 지친 전임의마저 병원을 떠나기 시작해 환자와 의료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사직 2주째인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은 일주일 전보다 눈에 띄게 한산했다. 경증·외래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진료시작 전부터 만석이던 검사실과 진료실의 대기석은 절반 넘게 비었고, 응급실 복도에 있던 대기 환자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남은 의료진은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우느라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이날 환자와 보호자들은 전공의 집단 사직이 길어지면서 간호사와 의사를 만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지난 3일 남편의 폐 수술을 위해 청주에서 온 연모(70)씨는 “원래 2월 23일에 수술하기로 했는데 의사가 없어서 무기한 연기됐다”며 “이틀 전 1~2명은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해서 급하게 입원했다”고 말했다. 수술 소식을 기다리며 휴대전화 화면를 거듭 확인하던 연씨는 “제발 의사랑 정부가 잘 타협해서 환자에게 피해가 없게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암 수술을 받은 뒤 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한모(63)씨는 “지금 병동은 보호자도 못 들어와서 손길이 많이 필요한데 의사나 간호사가 부족하다”며 “검사 하나를 받아도 2~3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김모(21)씨는 생후 80일 된 딸의 소아신경외과 진료를 예약하고 한 달 만에 이곳에 왔다. 딸 아이를 안은 채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그는 “(대기가) 길면 반년씩 기다리기도 하는데 어쩌겠는가”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들의 치료를 위해 3년 넘게 전북 남원시에서 이곳을 오가고 있는 간모(42)씨는 “우리는 예약이 돼 있었고 평소보다 사람이 적어서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면서도 “수술이 급한 부모는 너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병원에 남은 의료진은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른 피로를 호소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외상외과 의사는 “전공의는 전혀 안 돌아왔다”며 “앞으로 1~2주는 버틸 수 있겠지만 업무 과부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60대 교수님들도 매일 당직을 선다”며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있지만 전공의나 펠로우(전임의)가 없으니 변하는 게 없다”고 했다. 같은 병원의 정형외과 의사는 “지난달에 전임의가 17명 있었는데 입대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많이 떠났다”며 “잘 돌아가던 곳인데 갑자기 이렇게 돼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의사도 “전임의는 아직 있지만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며 “힘들어도 젊은 친구들을 이해해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의료 현장에선 일손 부족에 따른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동대문구 경희대 병원은 ‘정형외과·피부과 진료 불가(당직의 부재)’라는 공지를 띄웠다. 광진구 건국대병원은 ‘인력부족으로 MI(심근경색)의심 포함 모든 심혈관환자 수용 불가’, ‘인력부족으로 자살 시도 및 중독 환자 진료 불가’라는 공지를, 양천구 이화여대 의대 부속 목동병원은 ‘성형외과 의료진 부족으로 매일 단순봉합 불가능’이란 안내문을 게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총 8945명(전체의 72%)이다. 이 중 복귀한 전공의는 696명 수준이다. 이들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의 진료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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