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조용만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5선 중진인 이해찬 의원을 차기 총리후보로 지명, 참여정부 집권2기 개혁중심의 국정운영에 승부수를 띄웠다. 차기 총리지명과 관련해 개혁성향의 인사냐 관리형 경제전문가냐의 논란끝에 이해찬 의원을 선택함으로써 개혁 추진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책임감 소신, 추진력을 갖추고 있고, 당정관계를 긴밀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찬 총리후보로 지명했다"고 차기총리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신기남 의원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가급적 당내인사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차원에서 이해찬 카드를 수용했다.
◇국정 2기, 개혁추진력에 무게 = 이해찬 의원의 총리지명 배경에 대해 여권내부에서는 첫번째 개혁 추진력, 두번째 원만한 당정관계를 지목했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개혁`을 부르짖는 천정배 현 대표에 맞서 `안정과 경륜`을 강조했지만 이 의원의 개혁·진보성향은 그동안 의정활동과 행정부처 경험 등에서 분명한 색깔을 드러냈다.
이해찬 총리후보 지명자는 대학시절 민청학련 사건과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4년을 감방에서 보냈고 88년 광주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목을 집중시켜 `송곳` `면도날`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실패한 개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해찬 의원은 교육부 장관으로서 관료들의 벽에 막혀 지지부진했던 교육개혁을 강력한 추진력으로 실천에 옮겨 개혁성향을 인정받았다. 이밖에 야당을 포함, 3차례 정책위의장을 역임하는 과정에서 각종 정책입안 과정에서 관료들과 맞서 공직사회에서는 기피대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대통령이 이해찬 카드를 택한 배경이 참여정부 집권 2기를 개혁으로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라고 읽혀지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노 대통령은 7일 국회 개원축하 연설에서 "부패청산과 정부혁신 두가지는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며 집권 2기 국정방향을 예고했었다.
◇`긴밀한 당정관계` 포석..이해찬 역할은 = 두번째로 이해찬 의원의 경우 5선의 중진의원으로, 당내에 대안세력으로 간단찮은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는 후문이다. 총리지명 배경에서 밝힌 바대로 이해찬 총리가 `긴밀한 당정관계`를 유지·관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발탁 배경이라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과 이해찬 의원이 맞붙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정동영-김근태` 대리전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동영 의장이 중심이 된 당권파가 천 의원을 지지했고, 김근태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재야그룹이 이해찬 후보를 미는 구도였다. 친노그룹 대다수도 이해찬 의원편에 서면서 노심(盧心)의 무게가 이해찬 의원에게 쏠려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었다.
이해찬 의원은 당내 재야출신인 통추그룹(김원기·유인태 등)과 범 재야그룹(임채정·신계륜 등), 전대협 출신(임종석·이인영 등), 개혁당세력(유시민 등)외에 노 대통령 직계그룹의 지지를 받았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패배했지만 신기남·천정배 체제하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비중있게 전파하고 당정간 현안을 조율할 인사로는 적임자로 평가된 것이다.
대통령과의 인연도 적지 않다. 이해찬 총리후보 지명자는 88년 국회 노동위에서 당시 노무현 의원 등과 함께 `3총사`로 불리며 의정활동 과정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해찬 의원이 노 대통령에게 신세를 진 일도 있다. 92년 14대 선거전에서 이해찬 의원은 공천문제로 탈당을 했지만 노 대통령이 당시 당 대변인으로 최고위원회의에 들어가 강력히 문제를 제기, 복당을 성사시켜 이해찬 의원이 총선에서 당선됐다는 후문이다. 또 노 대통령이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할 때 교육부 장관으로 재임하는 등 인연이 적지 않았다.
◇이해찬 카드..남은 문제는 = 이해찬 총리후보가 개혁성과 당정관계에서의 기능을 인정받는 반면 대통령이 강조한 상생과 국민통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사회의 경우 이해찬 카드에 대해 기대와 낙관보다는 우려나 경계심이 많은 것도 사실. 교육개혁 등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정책들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평가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도 부담이다.
차기 총리후보로 지명된 만큼 최대 관건은 국회의 인사청문회 등 인준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차기 총리지명과 관련, `경제·민생과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어왔다. 노 대통령과 오래전부터 함께 일해온 개혁성향의 인사에 대해 한나라당은 일단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 한선교 대변인은 "이 시점에서 국민이 원하는 총리는 국민화합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기에 적임자인 총리"라면서 "인사청문회에서 총리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여부를 철저히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참여정부 집권 2기의 개혁을 보다 강력히 추진해나갈 개혁성향의 총리를 요구해왔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해찬 의원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적 인사인지, 교육부총리 시절 업무추진 능력과 도덕성 등을 철저히 검증한 뒤 지지여부를 밝히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나라당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당내인사의 총리임명 동의안 통과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시련은 있겠지만 큰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인준에 무리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11일쯤 국회에 총리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명동의안이 제출되면 국회는 즉시 이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절차에 돌입한다.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지 2일 이내에 13명의 특위위원을 선임해야 하며, 인사청문특위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로부터 15일안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청문회는 3일 이내에 이뤄진다.
인사청문 절차가 끝나면 국회는 최종적인 인준 표결에 들어가며 재적의원 과반수 투표에 투표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인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