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르단, 의도치 않게 이스라엘 지원…사우디도 협조
파이낸셜타임스(FT)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이스라엘이 큰 피해 없이 이를 방어해낼 수 있었던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등의 협조 덕분이라고 보도했다.
요르단은 영국군과 함께 자국 상공을 지나는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했다. 요르단은 이집트와 더불어 중동에선 드물게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팔레스타인계 국민이 과반을 차지해 격렬한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지속돼 왔다. 요르단 정부 역시 줄곧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판해 왔다.
이에 중동 내 친이란 국가들 사이에선 요르단이 이스라엘에 영공을 열어줘 사실상 힘을 보탰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란 국방부는 “이스라엘에 영공을 개방한 국가는 모두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르단 내부에서조차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정부 보복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한 30세 여성은 FT에 “영공을 열어준 것과 팔레스타인 형제들을 대량 학살하고 있는 나라(이스라엘)를 위해 드론을 ‘적극적으로’ 격추해 국민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요르단 외에도 미국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수교를 추진하는 등 관계 개선을 시도해 온 사우디는 이란의 공격 계획을 사전에 미국에 통보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 덕분에 이스라엘과 미국 등이 대비할 수 있었고 99%의 드론 및 미사일을 격추해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 관리들은 WSJ에 “중동 국가들에 설치된 조기경보 레이더가 수집한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추적정보가 실시간으로 카타르에 있는 미군 중부사령부를 통해 전투기와 구축함에 전달됐고, 이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돕게 된 것은 미국이 이 지역에서 꾸준히 동맹 세력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으로 외교 활동을 벌여온 데다, 통합 방공망 구축을 위해서도 수십년 전부터 노력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WSJ은 “처음엔 오히려 이스라엘을 돕는 것에 거부감을 보였다. 안보 혜택 등을 앞세워 미국의 끈질긴 설득이 지원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의 야스민 파룩 연구원도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는 한 미국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여 이스라엘의 방어를 돕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요르단 등의 의도와 별개로 결과적으로는 친(親)이스라엘 세력과 친이란 세력이 명백하게 나뉘면서, 향후 중동의 안보 지형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이란 입장에선 45년 만에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데다, 이스라엘의 보복이 없으면 향후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전시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란은 큰 수확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보복을 천명하고 그 시기와 방법, 수위 등과 관련해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격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동맹국들이 확전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스라엘을 설득하고 있어 전면전은 피하는 방향으로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역시 영리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사이버 공격, 경제 제재, 인명 피해 없는 이란 내 주요시설 공격, 반이란 진영 구축 등과 같은 외교적 대응이 거론된다. 이스라엘은 또 보복 공격에 나서기 전에 미국이 이란의 재반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고지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존의 ‘그림자 전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이스라엘이 중동 내 반(反)이란 동맹을 공식화하는 데 이번 사태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