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그간 영업기밀이라며 막아온 견본주택(모델하우스) 촬영 금지를 공식적으로 해제한다. 모델하우스 촬영허가가 민간 건설사로 퍼질지 관심이 쏠린다.
| 지난 1월 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한 대형 건설사 모델하우스에 많은 사람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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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30일 각 지역본부 담당자에게 ‘국민 알권리 충족, 하자발생 최소화, 고품질 주택공급 등을 위해 모델하우스 내부를 촬영하는 고객을 저지하는 행위 등은 지양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부 공문을 발송했다. LH는 지금까지 규정으로 모델하우스 촬영 금지 조항을 적시하지 않았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모델하우스 설치·전시·운영은 기업 고유의 경영 및 영업상 비밀(노하우)에 해당한다’며 촬영을 금지해왔다.
☞관련기사 2023년3월26일자 “모델하우스 사진찍지 마세요”…LH·건설사 ‘수상한 영업기밀’소비자들은 실제로 하자분쟁 시 건설사가 유리한 고지를 취하기 위해 촬영을 금지한다고 주장해 왔다. 선분양 제도로 이뤄지는 한국 주택 시장에서 모델하우스는 일종의 ‘계약문서’ 기능을 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법원도 지난 2009년, 아파트 설계도면이나 모형을 포함하는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주민과 LH 간 하자분쟁은 LH에 유리하게 흘러왔다. 실제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공공주택 모델하우스와 실제 시공의 차이 관련, 민원 현황 및 사후 처리’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LH에 들어온 민원 건수는 무려 1만 6000여건이었다.
이중 1만건이 경기도 고양시의 한 단지였는데 지난 2020년 9월부터 시작된 민원은 최근에야 협의가 끝났다. 이밖에 일부 단지는 하자분쟁위원회까지 갔는데도 기각되기 일쑤였다. 만약 입주 이전부터 모델하우스와 실제 시공된 집 간의 비교가 가능했다면 빠르게 하자가 반영됐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이번 LH의 모델하우스 촬영 허가가 민간건설사에도 퍼질지 관심이다. 업계에서는 모델하우스에 대한 시공사와 소비자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는 입주 3년 전에 만들어진다”며 “그 사이에 필연적으로 설계변경이 들어가고 자재도 바뀔 수 있음을 공지하는 데도 몇몇 입주자가 막무가내로 민원을 건다”고 촬영 허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다.
이 때문에 양측 간 신뢰를 위해서 건설사는 모델하우스 촬영을 허용하는 대신 입주예정자는 실제 시공을 끝마친 집이 모델하우스와 어느 정도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