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5일 서울 달개비에서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흥종 KIEP 원장과 김석환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 이혜정 중앙대 교수, 김재관 전남대 교수, 이승근 계명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석환 교수는 이번 사태의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조지아 전쟁이 있다고 꼽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조지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색깔혁명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미국이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에 끊임없이 나토 가입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측면이 있다”고 지목했다. 즉, 미국과 나토가 동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개방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러시아의 불만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김석환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도 “돈바스 지역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지속적으로 점령당하면서 민스크 합의 당시 영토의 3분의 1만 남아있다”며 “즉 민스크 합의 또는 노르망디 합의가 무력화된 것이 이번 위기를 촉발시킨 중기적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혜정 교수는 “탈냉전 유럽의 안보지도를 미국 주도로 만들었는데 미국의 힘이 빠져서 제대로 집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결정적으로 러시아와 중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왜 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으며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가 마련되기까지는 1~2년에 달하는 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이승근 교수 역시 이번 사태가 중동부 유럽의 질서가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미중 대결 국면의 틈새에서 힘을 비축해 권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의 친러 정부 수립뿐 아니라 발트 3국에도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문가인 김재관 교수는 “중국은 바이든 정부의 외교력이 오바마 시기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많으며, 이런 우려 때문에 미국이 스스로 전쟁을 도발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미-중-러 전략적 신삼각체제의 변화가 나타나고,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의 인태 전략, 나토 동진전략, 신실크로드전략 등이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태는 돌고 돌아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재관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 인태 전략 통해 상당한 안보 압박을 주던 미국이 스스로 미-중 관계의 리커플링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한국의 미-중 균형 외교가 더욱 쉬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 변수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끝났거나 상당한 지연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위기를 보며 북한은 핵 정당화 입장을 강화할 것이며, 한국 정부의 종전 선언이 더 이상 탄력받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