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발칵 뒤집힌 정치권…당혹스런 與에 野 총공세(종합)

  • 등록 2015-04-10 오후 4:05:25

    수정 2015-04-10 오후 4:36:02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이데일리 문영재 이준기 강신우 기자] 해외 자원개발비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현 정부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새누리당은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돌발 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권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규정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모두 단 한 푼의 돈도 받은 적이 없다며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 당혹스런 與…“재보선이 아니라 총선·대선까지 악영향”

새누리당은 10일 리스트가 전격 공개되면서 사태 확산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 이른바 ‘정윤회 비선 실세’ 파동의 트라우마가 깔렸다.

이날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당 지도부는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장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공식적으로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제가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고, 유 원내대표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리스트 공개가 재보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리스트 공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재보선은 물론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여론의 흐름 등 사태 추이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이 ‘친박(친박근혜)’이라고 자칭했지만 정작 이명박 정권의 자원개발비리 수사 대상에 오르자 스스로 구명을 위해 백방으로 손을 내밀었고 아무런 성과가 없자 정권 실세를 거명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리한 수사가 부른 비극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친이(친이명박)계 정병국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 “잘못된 기획수사는 또 다른 우를 범할 수 있고 그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몰아가니까 검찰도 무리한 수사를 하게 되고 이런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 野 “朴 정부 최대의 정치스캔들”…특검 도입도 거론

새정치민주연합은 성 전 회장의 폭로를 계기로 여권을 향한 총공세에 나섰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정국 반전의 카드로 활용할 태세다.

특히 성 전 회장이 지목한 대상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 주목하며 특별검사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이며 박근혜 정권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규정한다”며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여권과 검찰을 압박했다.

그러나 당장 진위가 가려지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대응수위를 놓고는 특검 카드를 꺼내기보다는 상황을 보면서 조절하자는 신중론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는 이번 사건이 재보선 국면에서 야권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섣부른 강공이 오히려 여권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표는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남긴 말씀인 만큼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자원외교비리 수사가 위축돼선 안 된다. 사실 여부를 철저하게 가리는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강력부인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은 모두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 받은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단 한 푼의 돈도 받은 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이 마치 사실인 양 보도되고 있는 것은 저의 명예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히는 일로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도 “금품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이) 섭섭한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고, 유정복 인천시장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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