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골드만삭스가 금융위기 발발 당시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로부터 투자받은 자금 상환을 고려 중이다. 그동안 막대한 이익을 올린 덕분에 투자금 상환능력이 충분한데다 투자 대가로 버크셔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모두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골드만삭스가 버크셔로부터 투자받은 50억달러의 상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8년 버크셔는 당시 금융 위기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던 골드만삭스에 영구 우선주를 매입하는 형태로 50억달러를 투자하고 이와 함께 50억달러에 달하는 보통주를 주당 115달러의 가격에 향후 5년간 언제라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았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금 상환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버크셔에 지급해야 하는 배당금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버크셔는 매년 투자 원금의 10%인 5억달러를 배당으로 받고 있다. 이는 1일 기준으로는 130만달러, 1초당으로는 15달러에 해당한다. 골드만삭스로서는 매년 한국 돈으로 5000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버크셔에게 지급하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게 당연.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통해 충분한 잉여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혹시라도 자금이 필요할 경우 저금리 기조 속에서 채권 발행을 통해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만큼 버크셔의 투자금을 하루속히 상환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골드만삭스는 또한 버크셔의 투자금을 상환하더라도 바젤Ⅲ에서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 기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9일 실적 발표에서 내년 말까지 11%대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이 모즈코우스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골드만삭스에 있어) 현재 금융 환경 하의 버크셔 우선주는 너무 비싸고, 쓸모없는 자본"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상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