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체육관, 개성-평양 고속도로 르포

  • 등록 2003-10-06 오후 7:35:26

    수정 2003-10-06 오후 7:35:26

[공동취재단] 6일 정각 12시 북쪽 교통지휘대 차량의 선도를 받으며 35대의 버스가 줄지어 개성~평양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왕복 4차선의 아스팔트 도로였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 2001년에 전반적으로 보수한 고속도로는 군데군데 울퉁불퉁 패여 있었지만, 버스들이 10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개성부터 사리원까지는 산지가 많아 전반적으로 서울에서 강원도에 이르는 영동고속도로와 비슷한 느낌을 줬다. 알려진대로 산에는 나무가 많지 않았으며, 비탈을 밭으로 일궈 옥수수 등의 곡식을 심기도 했다. 또 최근에 새로 심은 듯한 나무들이 이제 어린이 정도의 키 만큼 자라 있었다. 들에는 추수하지 않은 논들이 이어졌으며 일부는 수해의 영향인 듯 쓰러져 있었다. 북측 관계자는 "남측과 달리 지난 태풍 때 논에 별다른 수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최근 서리와 우박의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사리원을 지나자 길 주위론 야트막한 야산들이 드문드문 나타났을 뿐, 전반적으로 평탄한 지형이었다. 고속도로는 대부분 길은 곧게 뻗은 직선이었다. 평양까지 191km의 여정 동안 급속히 구부러진 커브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북측 안내원은 "이 지역이 평지이기 때문에 평양이라는 지명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군사분계선에서 개성, 그리고 개성에서 평양에 이르는 길에는 우리나라 전국 대부분의 도로에서 보듯 붉은색, 분홍색, 흰색 코스모스가 피어있었다. 또 이따금씩 주황색 맨드라미와 노란 민들레, 흰 들국화가 꽃길을 단장하고 있었다. 10분쯤 달리자 황해남도 금천군 진입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곧바로 너른 강물이 휘돌며 합쳐지는 풍광에 눈앞이 시원해졌다. 북쪽 안내원이 "예성강"이라고 말해줬다. 예성강을 아래로 바라보는 언덕바지에 자리잡은 금천군 시가지가 길 오른쪽으로 펼쳐졌다. 드문 드문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주위로는 지게에 나무를 싣고 가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가을걷이한 볏단을 가득 실은 소달구지도 느릿느릿 움직였다. 선글라스를 낀 젊은 남성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이 이채로왔다. 황해북도 봉산군의 한 마을에선 하교시간인 듯, 빨간 스커프를 두른 초등학생들이 줄지어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도로변 곳곳에는 주체사상과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구호와 "내나라는 인민의 락원" 등 체제를 선전하는 간판이 비스듬하게 서 있었다. 참관단은 낮 12시56분 고속도로 중간지점에 자리잡은 휴식터인 서흥찻집에 들어섰다. 북쪽 안내원은 “개성과 평양의 딱 중간쯤 된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위로 육교형식으로 자리잡은 서흥찻집 뒷마당에선 북쪽의 봉사원 20여명이 나와 큰 장을 벌였다. 이들은 각종 술과 도자기, 민예품, 그림 등을 펼쳐놓고 버스에서 내린 남쪽 참관단에게 구매를 권했다. 봉사원 최지혜(23)씨는 "크림빵 하나에 0.3달러"라며 "아주 맛있다"고 자랑했다. 해방직후 중국에서 북쪽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박오범 계란판매업협회 이사장은 "아직은 얼떨떨하기만 하다"며 "곳곳에 높은 층수의 아파트들이 들어선 것을 빼면 자연산천은 옛모습 그대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버스는 20분 휴식 뒤 다시 평양을 향해 출발했다. 오후 1시40분께 도로 왼쪽으로 거대한 굴뚝 2개가 눈에 들어왔다. 사리원 카리비료공장이었다. 곧 황해북도 도 소재지인 사리원 시가지가 고속도로 양 옆으로 펼쳐졌다. 곳곳에 큰 규모의 공장들이 나타났고, 검은 연기가 굴뚝에서 피어올랐다. "오른쪽을 보십시오. 높은 산성이 보이지요." 사리원을 지나 5분쯤 더 달린 뒤 북쪽 안내원이 정방산성이 나타났음을 알려줬다. 조선시대 임꺽정이 활동했다는 곳이다. 지금은 대규모 유원지가 조성돼 황해도는 물론 평양에서도 휴식을 취하러 오는 장소가 됐다고 북쪽 안내원이 설명했다. 개성을 출발한 지 2시간 20분만인 오후 2시20분 곧게 뻗은 고속도로 왼편으로 200미터쯤 솟아있는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른 것이 보였다. 평양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동평양화력발전소라고 한다. 곧이어 정면으로 남과 북의 여인 둘이서 남북간의 합의문을 받쳐들고 있는 형상의 "3대 헌장 기념탑"이 나타났다. 평양의 관문이다. 이어 참관단은 통일대로로 들어섰고, 그 곳에는 우리가 텔레비전전전과 신문을 통해 보아왔던 평양 시가가 펼쳐졌다. 평양은 오는 10일의 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곳곳에 인공기와 낫과 망치가 그려진 깃발을 꽂아뒀다. 평양시민들은 남측에서 대규모 방북단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참관단을 태운 버스가 지나가자 손을 흔들어보이기도 했다. 하루종일 맑아서 개성과 평양을 돌아보기에는 매우 좋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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