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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청년기에 극심한 취업난을 겪은 세대는 중장년이 돼도 취업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우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취업한 노동자에 대한 고용 보호는 엄격한 반면, 취업준비생에 대한 지원은 뒤떨어진 탓이다.
김남주 한국은행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2일 BOK 경제연구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청년세대는 2000년대 이후 10% 내외의 높은 실업률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들은 사회초년기에 취업 기회가 제한되면서 이후 연령기에서도 고용과 임금에 있어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는 ‘이력(履歷)현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29세 국내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 국내 여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청년 실업에 따른 이력현상을 설명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교군은 경제 상황이 유사한 OECD 상위 21개국이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제도와 정책에 따라 이력현상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분석했다. 그 결과 청년실업의 이력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극적 노동정책지출 비중’과 ‘정규직 고용보호 법제화 지수’였다.
적극적 노동정책은 직업훈련, 고용 인센티브 제공 등을 뜻한다. 실업을 겪는 청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상당 수 포함되는 만큼 이들 정책에 적극적인 국가일수록 청년실업 여파가 중장년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완화됐다.
GDP 대비 적극적 노동정책지출 비중의 경우 우리나라(0.231%)는 미국(0.173%)에 이어 하위 2위였다. 그 결과 청년기(20~29세) 실업자가 1000명 증가하는 경우 이들이 30~34세, 35~39세, 40~44세, 45~49세에 도달했을 때, 각각 146명, 35명, 19명, 5명이 여전히 실업상태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적극적 노동정책지출 비율이 가장 높은 스웨덴(1.622%)의 경우 청년기 실업자가 1000명 증가하는 경우, 이들이 30~34세, 35~39세에 도달했을 때 오히려 38명, 14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규직 고용보호법제화 지수의 경우 우리나라(2.668점)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에 이어 상위 6위를 차지했다. 일단 정규직이 되면 노동자들이 고용보호를 강하게 받는 만큼,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였을 수 있어 보인다.
고용보호가 가장 취약한 미국(0.257점)의 경우 청년기 실업자가 1000명 증가하는 경우 이들이 30~34세, 35~39세에 도달했을 때, 오히려 실업자가 74명, 24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력현상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은 엄격하지만 실업시 임금 보전과 취업 지원 등은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기피하게 되고, 청년들은 고용 보호가 강한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 기간을 늘리면서 실업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직무·직업교육, 취업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적극적 노동정책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며 “고용보호 법제 내에 청년 고용을 제약하는 요소가 있는지 살피고 청년 친화적 방향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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