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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가 점차 사그라드는 것일까. 우리 금융시장에서 주식값과 원화값은 오르고 채권값은 내리는 등 위험투자 심리가 다소 살아나고 있어 주목된다.
다만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심리는 여전하다. 안전자산 투자가 한풀 꺾이고는 있지만, 시장은 관망세 기류가 더 짙다. 오는 23일(현지시간) 영국 국민투표가 다가올수록 불안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브렉시트가 현실화한다면 그 경제적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화값·주식값 ‘강세’…채권시장 ‘약세’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2시5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11.3원 하락한(원화 강세) 1161.4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달러화는 1168.0원(-4.7원)에 출발했고, 그 이후 낙폭을 더 키웠다.
달러화가 다소 약세를 보이는 건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의 피습 사망 이후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여론이 약간 우세해졌다는 전망 때문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날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매수하려는 심리가 소폭 줄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요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떨어지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7일 달러인덱스는 94.178포인트로 하락했고, 이날도 93포인트 중반대를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의 채권의 금리가 오르고(채권가격 하락) 있다. 브렉시트 우려가 완화하면서 간밤 미국채 금리가 일제히 오른 영향을 받았다. 미국채 10년 금리는 전일 대비 3.33bp(1bp=0.01%포인트) 상승한 1.6113%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권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6bp 상승한 1.350%에 거래되고 있다. 5년물 금리는 2.1bp 오른 1.423%에 거래 중이다. 국고채권 10년물 금리 역시 3.1bp 오른 1.627%에 거래됐다.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3.7bp, 2.9bp 상승했다.
통안증권 1년물과 2년물 금리는 각각 1.2bp씩 상승했다. 회사채(무보증3년)AA-와 회사채(무보증3년)BBB- 금리는 각각 1.5bp, 1.7bp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상승하고 있다. 오후 1시5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27.58포인트 오른 1980.98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증시 투자자는 주말 뉴욕증시가 하락 마감한 것보다 주말새 브렉시트 우려가 완화된 점을 더 주목하고 있다.
“투표일 다가올수록 시장은 불안해질듯”
그렇다고 시장이 위험투자 분위기로 확 쏠린 건 아니다. 브렉시트 우려 완화는 그야말로 전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시장이 국민투표 때까지는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잔류 여론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다”면서 “이번주 후반 결과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급등락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 역시 “일시적으로 우려가 완화되긴 했지만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불안해질 수 있다”고 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채권담당 연구위원은 “아직은 국민투표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그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채권시장은 혼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