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의료인 등 고소득 전문직뿐 아니라 특정 직업군을 겨냥한 대출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기존의 고객군 외에 시장의 빈틈을 공략하는 ‘니치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바야흐로 대출 상품도 ‘타깃 맞춤형 마케팅’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각 은행들이 특정 직업군을 위한 상품 출시에 적극적인 데에는 수요가 꾸준한 데다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대한전공의협의회 프라임파워론’을 출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 회원이나 봉직의사(페이닥터)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으로 최대 1억 5000만원까지 신청할 수 있다. 출시 넉 달 만인 8월 말 현재 1113건 65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프라임파워론이 인기를 끌자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메디클럽(MEDI-CLUB) 신용대출’ 상품도 추가로 내놓았다. 우리은행이 선정한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데, 연 4.03%~4.33%의 금리로 대출 한도는 프라임파워론의 두 배인 최대 3억원에 달한다.
지난 4일 출시한 ‘신한 누리n나눔대출’은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사회복지시설 재직 직원으로 신용 대출 대상을 넓힌 경우다. 상품명은 유아교육과정을 뜻하는 누리과정의 ‘누리’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한다는 ‘나눔’을 합쳐 만들었다. 심사 기준을 완화해 소득이 적더라도 서민대출상품이나 2금융권 대출에 비해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급여이체나 신용카드 보유, 공과금 자동이체 등 거래 실적에 따라 최저 연 4.33%(9월 4일 기준)부터 최고 연 6.33%의 금리를 적용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보육·복지 시설에 재직하는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특화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KB국민카드 가맹점을 타깃으로 설정해 ‘KB가맹점대표 신용대출’ 상품을 운용 중이다. 증빙소득 외에 KB국민카드 매출액 일부까지 추정소득으로 인정해 1억 5000만원까지 이용 가능토록 한 점이 특징이다. 급여이체나 신용카드 보유 등 거래 실적에 따라 최저 연 3.21%~5.34%의 금리를 적용하는데 올해 들어서만 414억원의 실적을 거뒀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김승모 부산은행 영업지원본부장은 “개인택시 사업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고 생활안정에 도움이 되도록 양 은행에서 동시에 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상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