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고용이 늘어나고 노동자들의 임금도 높아지면서 가계의 주택 구매여력이 커졌다는 점이 가장 큰 호재가 되고 있다. 또 위기 이후 가계가 이미 충분한 디레버리징을 통해 부채규모를 줄여놓은데다 장기간 주택경기 침체로 집값 또한 내려올 만큼 내려와 있는 상태다.
이 덕에 지난달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는 연율 환산으로 34만3000채를 기록했다. 이는 3월의 33만2000채는 물론이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33만5000채를 웃돌았고, 3월 수치도 종전 32만8000채에서 33만2000채로 상향 조정됐다. 지역별로도 남부에서 10.6% 감소한 것을 빼고는 중서부(28.2%)와 서부(27.5%), 북동부(7.7%) 등에서 일제히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새로 지은 뒤 재고로 남아있는 신규주택 공급도 5.1개월치로 지난 3월의 5.2개월보다 다소 줄어 들었다.
이는 앞서 지난주 발표된 4월중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대비 3.4% 증가했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기존주택 판매 증가는 최근 석 달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실제 4월만 놓고 봐도 신규주택의 평균 판매가격은 전월대비 0.7% 상승했고, 기존주택 평균 판매가격도 전년동월대비 무려 10.1%나 올랐다. 아울러 이날 발표된 미국 연방주택청(FHFA)의 주택가격지수도 3월에 전월대비 1.8% 상승했다. 전년동월대비로도 2.7% 올랐고, 1분기 전체로는 0.6% 상승했다.
앤드류 레벤티스 FHFA 이코노미스트는 "가계의 주택구입 자금여력이 커지고 있고 압류 등에 따른 주택 재고물량도 다소 줄어들면서 주택 가격도 덩달아 바닥을 찍고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향후 주택경기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함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주택경기의 선행지표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신규주택 착공은 지난 4월에 전월대비 2.6% 증가해 전월 2.6% 감소에서 급선회했다. 또 건설업체들의 경기 기대감을 보여주는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주택시장지수도 5월에 29를 기록, 지난 2007년 5월 이후 5년만에 가장 높았다.
다만 `일단 바닥은 찍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아직도 시장에서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주택 판매와 가격수준이 아직 절대적인 면에서는 낮은 편이고, 늘어나는 압류주택과 좀처럼 늘지 않는 모기지 신청건수 등이 잠재적 불안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때문이다.
BMO캐피탈마켓의 제니퍼 리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회복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주택시장은 분명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판매가격이 억눌려 있고 압류주택이 여전히 많아 추가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RBC캐피탈마켓의 제이콥 오비나 이코노미스트 역시 "예상보다 주택 판매수치가 조금 더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택시장은 여전히 무엇인가에 막혀있는 듯한 모습"이라며 "특히 사상 최저금리까지 내려간 상태에서도 모기지 신청건수가 이달 첫주에도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