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유럽연합(EU)이 양자기술, 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기술을 보유한 역내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수출 및 해외 투자에 더 강력한 통제를 걸기로 했다. 군사용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에는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해서도 심사를 강화하는 등 사실상 중국에 대한 견제책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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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집행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런 내용을 골자로 한 ‘유럽경제안보 전략’ 통신문(communication)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통신문은 EU집행위가 추진하려는 정책구상 방향을 담은 문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법률안이 마련되기 때문에 전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다. EU가 포괄적인 경제안보전략 수립 추진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문에는 양자기술, 인공지능(AI), 첨단반도체 등 민감한 기술 보유 기업의 ‘해외 투자’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EU집행위는 역내기업이 이같은 기술을 수출 또는 공유하거나 제3국에 공장을 짓는 행위를 잠재적인 보안 위험으로 보고 각국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꾸려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집행위는 “연말까지 새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연관된 안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가능한 조처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기업이 역내 핵심 인프라나 기업을 무분별하게 인수하는 것을 막고자 외국인 직접 투자 심사도 강화할 계획이다.
집행위는 이같은 방안은 마련한 이유에 대해 ‘관심 있는 국가’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EU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통신문에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기술 진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특정 경제의 유입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한편 경제적 개방성과 역동성을 최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방중을 앞두고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새로운 대중 정책으로 천명하면서 경제안보전략 발표를 예고한 것과 일치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당시 “중국과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실행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중국과 관계 분리가 아니라 위험 요소를 없애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프랑스와 독일은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 회원국 간 이견이 여전한 상황이라 실제 세부 입법이 마련돼 시행되기 전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싱크탱크 브루겔의 선임연구원인 마리아 데메르치스는 로이터에 “(핵심기술 안보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이제 정말로 EU 국가들이 나설 때”라면서도 “(회원국간 이견이 있어) 입법이 이뤄질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